2011년이었던 것 같다. 신간 <두 남자의 집짓기>의 소개글을 보고 방송에 초대하고 싶어 담당하던 프로그램의 인터뷰 코너에 섭외한 사람이 바로 <한겨레>의 고 구본준 건축전문기자였다. 깔끔한 옷차림에 편한 미소로 스튜디오에 들어온 그는 전문 분야인 ‘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달변가로, 열정적인 해설자로 돌변했다. 그가 그때 가져온 아이템이 좁은 땅에 최소의 비용으로 두채의 집을 엇갈려 세우는 ‘땅콩집’.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인의 기본 주거 형태인 아파트에 대한, 그리고 단독주택에 대한 통념을 깬 그의 혜안이 지금에서야 절실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방송에서도 올 상반기 최고의 아이템 욜로(YOLO)족의 생활 형태와 맞물려 주거 형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O tvN의 <이 집 사람들-당신은 어떤 삶을 짓고 싶나요?>가 그 프로그램이다. 방송인 노홍철과 배우 엄지원의 진행으로 만나는 사람들과 그들의 집은,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판교 운중동의 단독주택단지에 간다. ‘나무와 웃음이 있다’라는 뜻의 임소재(林笑在)에 간다. 단결이네 집으로 걸음을 옮긴다. 일률화된 박스형 주거지인 아파트를 벗어난 이들의 여유로움, 특히 아이들의 변화에 카메라는 초점을 맞춘다.
‘사람이 집을 짓고, 집이 또 사람을 만든다.’ 한 출연자의 말처럼 이들에게 집은 사람과 소통하는 공간이고 또한 (어떤 형태의 가족이든) 가족이 완성되는 공간이다.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달려가는 삶은 이제 시대 변화와 함께 수명을 다했다. 하루의 절반 정도를 보내는 주거공간의 다양성과 개성이 존중받아야 할 시대임에 틀림없다. 이 프로그램이 앞으로 그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추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