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터뷰를 하게 될 줄이야. (웃음)” 박미하 미쟝센단편영화제 부운영위원장이 멋쩍게 웃는다. 그는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출범한 지난 2002년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16년간 영화제 사무국 업무를 맡아온 미쟝센단편영화제의 산증인이자, 지난해까지 이 영화제의 유일한 상근직원이었다. 지난 10회 당시에는 영화제에 대한 그의 헌신에 감사를 표하는 의미로 집행위원 감독들이 감사패와 더불어 한 사람씩 무대로 올라와 선물을 수여하는 깜짝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고. “김태용 감독님은 본인의 시나리오를 가져와 사인을 해주셨고, 어떤 감독님은 차(tea)를 포장해서 주기도 하셨다. 그 마음이 고마워 무대에서 펑펑 운 기억이 난다. 그러고보니 내 청춘을 미쟝센에 다 바쳤네. (웃음)”
그런 그가 올해부터는 부운영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달았다. “승진이라기보다 영화제에 계속 머물기 위한 직함으로 봐달라. (웃음) 지난해 출산을 했다. 영화제 업무량이 많다보니 육아와 병행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통 용기가 나지 않던 차에 (미쟝센단편영화제 전 집행위원장이었던) 이현승 감독님이 독려를 많이 해주셨고 내가 복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셨다.” 박미하 부운영위원장의 역할은 영화제에 새롭게 합류한 젊은 스탭들에게 실무적인 업무를 일임하되, 사무국의 전반적인 업무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감독하는 것이다. 작은 영화제이기에 상근직원을 여럿 둘 수 없는 환경인 데다, 매년 새로운 스탭들이 들고 난다는 미쟝센단편영화제의 특성상 체계적인 매뉴얼 작업은 필수라고 박미하 부운영위원장은 말한다. 더불어 영화감독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가는 영화제인 만큼 VIP 관리도 그에겐 중요한 업무다. “심사위원, 집행위원, 명예심사위원, 명예집행위원감독님들까지 올해 내부적으로 챙겨야 할 VIP만 30명이 넘더라. 페이를 많이 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 마음으로 잘 챙겨드릴 수밖에 없다. 특별한 노하우는 없고, 평소 주기적인 안부 문자와 연락을 드리고 있다. (웃음)”
박미하 부운영위원장은 대학 시절 가정학을 전공했다. 그가 영화와 인연을 맺게 된 건 선배 친구의 소개로 이현승 감독의 영화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부터다. 단편영화를 보는 게 마냥 신기했던 대학생 스탭에서부터 부운영위원장에 이르기까지 미쟝센단편영화제에 오래 몸담았던 그의 포부는 영화제의 내실을 기하는 것이다. “무리하게 규모를 늘리기보다 기존의 운영방식을 유지하되 영화제에 초청되는 감독들에게 어떤 역할을 더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올해도 박미하 부운영위원장의 시간은 미쟝센단편영화제와 함께 흘러가는 중이다.
디테일한 메모법
“나만의 메모법이 있다. 워드파일에 업무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상세하게 기록한다. 그 날 만난 분의 성함과 직함, 연락처와 이메일까지, 검색하면 바로 찾을 수 있게 꼼꼼하게 기록을 한다. 오타도 거의 없다. 영화제 헤드급 스탭에게 가장 중요한 건 디테일인 것 같다. 디테일에서 실수가 생기면 일의 진행에 문제가 생기니 다른 스탭들에게도 꼼꼼한 일처리를 강조하는 편이다. 부운영위원장이 되고서 이런 스타일을 많이 내려놓으려 하는데, 그게 잘되지는 않고 있다. (웃음)”
2017 미쟝센단편영화제 부운영위원장 2004~16 미쟝센단편영화제 사무국장 2002~3 미쟝센단편영화제 사무국 스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