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키스 상대를 점찍은 나이, 7살이었다. 당돌한 성격의 이 소녀 줄리(매들린 캐럴)는 맞은편 집으로 이사 온 동갑내기 소년 브라이스(캘런 매콜리피)에게 반한다. 반짝이는 눈빛이 남달랐다나 뭐라나. 줄리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내내 ‘막 들이대는’ 식의 애정공세를 펼친다. 그러나 브라이스는 지나칠 정도로 솔직한 줄리가 부담스럽다. 1년 내내 뒷자리에서 킁킁대며 자신의 냄새를 맡아대는 상대가 어떻게 마냥 좋을 수 있겠는가. 브라이스는 줄리를 피하기 위해 갖은 꾀를 내보지만, 줄리는 이마저 수줍음이 많은 그가 표현을 못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둘이 중학생이 되던 무렵부터 줄리만의 짝사랑으로 보이던 로맨스의 갑을 관계가 뒤집힌다(flipped). 부쩍 자란 줄리의 이상형은 ‘부분의 합이 전체보다 큰 사람’. 눈빛 따위에 흔들리지 않고 됨됨이를 보겠다는 기준에 못 미쳐 딱지맞기로는 브라이스도 예외가 아니다. 한편 엄마 뒤에 숨기 바쁜 7살 때 모습 그대로이던 브라이스는 줄리의 변화를 느끼며 그제야 자신의 속내를 돌아본다. 늘 성가시기는 했지만 어떤 이유로든 자신은 매 순간 줄리를 생각했던 것이다.
영화는 같은 장면을 두 인물의 시점에서 반복해 보여주며 내레이션을 통해 둘의 엇갈리는 속마음을 보여준다. 골치 아픈 나날이 반복되는 동안,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자라고 있다. 1960년대의 빈티지 무드가 가득한, 아름드리나무를 사이에 두고 사는 소꿉친구의 로맨스는 후반부로 갈수록 한편의 성장기가 된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를 만든 로브 라이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