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슈퍼 악당에서 착한 아저씨로 변했던 그루(스티브 카렐)를 위한 세 번째 모험이 시작된다. 조연들의 인기가 너무(!) 많아진 덕분에 애니메이션 <미니언즈>가 따로 만들어졌지만, 역시 주인공은 지나가는 아이에게 풍선을 주고는 터뜨려 다시 울리는 그루가 아니었던가. <슈퍼배드3>는 그런 그루에게 악당을 잡는 악당이 될 기회를 선물한다. 영화의 오프닝은 이제는 그루의 부인이 된 루시(크리스틴 위그)와 그루가 환상적인 파트너십을 뽐내는 작전이지만,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건 두 사람이 조직에서 해고되면서부터다. 그런데 실의에 잠긴 그루에게 새로운 희망이 전해진다. 어릴 때 헤어져 존재하는지 몰랐던 쌍둥이 동생 드루(역시 스티브 카렐이 목소리를 연기했다)의 초대장이 저 멀리 유럽에서 도착한 것. 그루와 가족은 부푼 가슴을 안고 드루의 멋진 성이 있는 외딴섬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드루는 그루와 꼭 닮은 그러나 금발이 풍성한, 악당을 꿈꾸는 새싹이다. 한편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다이아몬드를 훔친 아역배우 출신의 악당 브랫(트레이 파커)은 자신을 외면한 할리우드를 우주 밖으로 날려버린다는 SF영화 같은 계획을 세운다.
그루와 드루를 완벽하게 목소리 연기한 스티브 카렐과 영화 속 캐릭터와 꼭 닮은 크리스틴 위그를 지난 6월 17일에 만났다. <슈퍼배드> 시리즈의 속편이라면 기꺼이 출연하겠다고 말하는 두 배우와의 인터뷰를 정리해 전한다.
-프랜차이즈의 시작부터 함께한 배우로서, 지금까지 <슈퍼배드>가 어떻게 진화해왔다고 평가하는지.
=크리스틴 위그_ 언제나 마찬가지지만, 영화를 만들 땐 어떻게 완성될지 상상하기 어렵다. 그리고 가장 알 수 없는 것은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다. 하지만 <슈퍼배드> 시리즈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항상 좋았다. 영리한 대사들도 그렇지만, 최종 편집본을 보고 있자면 매번 내 예상을 뛰어넘는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할리우드에 부족한 “유럽의 풍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뚜렷한 차별점이라고 본다. <슈퍼배드> 시리즈의 상업성이 여기에 있다고 봐도 좋을까.
=스티브 카렐_ <슈퍼배드> 시리즈에는 다른 할리우드 애니메이션들과 분명히 구분되는 느낌이 있다. 첫편을 시작하기 전 아트워크를 봤을 때부터 그걸 알 수 있었다. 조금은… 어두웠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가족을 관객으로 생각하는 영화가 선택하는 질감이 아니었다. 거기엔 어떤 저항이 있었다. 첫편에서 가시가 돋힌 철관에 아이가 갇히는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그게 충분히 끔찍하지 않았는지 이어 붉은 액체가 주르륵 흘러나온다. 곧 주스였다는 것이 밝혀지지만 더 놀라운 건 아이들 관객이 그 장면을 좋아했다는 거다. 아이들은 그렇게 밀어붙임을 당하며 자극을 받고 즐거워한다. 그리고 조금 어둡고 조금 무서운 것도 많이 좋아한다.
-모든 훌륭한 영화는 3부작으로 완성된다. (웃음) 그리고 드디어 세 번째 영화가 나왔다. 하지만 속편이 속편으로 이어지는 할리우드 트렌드는 아마도 다시 속편을 만들어낼 것 같다. 그렇다면 다음은 어떤 이야기가 될까? 또다시 그루와 루시가 될 생각이 있나.
크리스틴 위그_ 모르겠다. 또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상상할 수가 없다. 내 말은, 이야기가 더 없을 거라는 게 아니라 언제나 내 상상을 뛰어넘는 사람들이라 어떤 놀라운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감히 예상할 수 없다는 거다. 물론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거다. 그루의 세상은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만의 희망인가? 그리고 이야기가 계속된다면 물론 출연하고 싶다.
스티브 카렐_ 우리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놀란 것은 사실이다. 세 번째는 완성이라기보다는 도전인 것 같다. 두 번째 영화에서 거의 모든 갈등이 해소되지 않았나.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슈퍼배드>의 세계’를 흔들어서 새로운 방향을 찾아내야 했을 것이다.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픽사가 매우 잘하는 일이다. 그리고 일루미네이션도 잘해왔고. 이번에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 밖에도 어떤 점 때문에 계속해서 그루의 목소리를 연기하게 되는지 궁금하다.
스티브 카렐_ 나와 일루미네이션의 크리스 멜라단드리 사이의 신뢰 덕분이다. 그리고 일루미네이션의 아티스트들도 신뢰한다. 다음 이야기가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만약 그들이 그루를 또 연기해달라고 하면, 나는 출연할 것이다.
크리스틴 위그_ 그게 사실 이번에 우리가 출연하게 된 사연이기도 하다.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는 채 출연하겠다고 대답부터 덥석 했다. (웃음)
스티브 카렐_ 맞다. 그리고 작가가 1편부터 함께한 사람이라는 것도 중요했다. 생각해보면 누구도 날 설득할 필요가 없었다. 80년대 아역배우 출신이 새로운 악당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함께 볼 부모들도 이 부분에서 재미를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또 있다. (웃음) 드루를 연기하는 것도 도전이고 재미였다. 그루와 드루, 미니언즈의 감옥행, 그리고 유니콘에 대한 서브플롯까지 거의 모든 면이 좋았다. 미니언즈들이 감옥에서 부르는 뮤지컬 넘버는(웃음) 이건 뭐 그냥 미치게 웃긴 거 아닌가?
-어렸을 때 보던 애니메이션 중에서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나.
크리스틴 위그_ 그 당시는 디즈니가 독점하다시피 하던 때다.
스티브 카렐_ 그렇긴 한데, 루니툰이 기억에 남는다. 루니툰과 디즈니가 다른 느낌, 그 차이로 <슈퍼배드> 시리즈가 가진 멋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나도 디즈니를 보고 자랐다. <101마리 달마시안> <덤보> <판타지아> 등등… 그런데 그때는 지금과 산업환경이 너무 달랐다. 그 당시 애니메이션은 지금의 스페셜티 디비전 같았다. 거의 모든 스튜디오는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사업부를 가지고 있었고, 지금처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따로 있지는 않았다.
-영화에서 각자가 연기한 캐릭터보다 인상적인 캐릭터를 하나 꼽자면.
스티브 카렐_ 줄리 앤드루스가 연기한 그루의 어머니다. 작은 역할이지만 엄청난 캐스팅을 실현해내지 않았나? 그게 일루미네이션이고, 일루미네이션이라서 가능한 일이다. 캐스팅에서 흥미롭고 독특한 선택을 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감탄하게 하는 선택들이다.
크리스틴 위그_ 제니 슬레이트와 트레이 파커는 또 어떤가. 짧은 순간이지만 제니는 강렬한 새 보스의 인상을 톡톡히 남긴다. 트레이 파커도 브랫이 자기인 것처럼 연기했다.
-그루를 연기하면서 드루를 연기한 것이 즐거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한 사람이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어렵지만 쌍둥이를 연기하며 목소리를 구별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스티브 카렐_ 생각한 것처럼 어렵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내가 잘해서라기보다는 감독이 내게 많은 재량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감독은 애드리브를 할 수 있는 자유를 주었고,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그래서 드루가 어떤 캐릭터인지 먼저 이야기했다. 그루와 드루가 신체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를 이야기하며 가닥을 잡아갔다. 드루는 그루처럼 냉소적이지도 않고 불평이 많지도 않다. 오히려 좀더 아이 같은 성향이라 장난스럽다. 어떤 면에서는 그루보다 진화한(?) 사람이다. 그런 동시에 그루와 닮았으니 그런 면을 반영하려고 했다.
-속편 피로증이라는 말이 다시 들려오고 있다. 그만큼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갈증이 깊어지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겠다. 프랜차이즈 제작 트렌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스티브 카렐_ 영화산업의 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스튜디오들은 프랜차이즈를 제작함으로써 그들이 만들고 싶은 다른 영화들을 만들 수 있는 돈을 번다. 스튜디오가 진행하는 예상할 수 없는 많은 것들 중에 조금은 예상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프랜차이즈다. 이미 시험을 거친 상품이기에 조금 더 의지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스튜디오들이 프랜차이즈에 투자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프랜차이즈에 대한 관객의 수요가 분명히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프랜차이즈에 참여하는 건 계속해서 당신에게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관객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가.
크리스틴 위그_ 그렇지 않다. 우리가 매력적으로 느끼는 부분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가 감독인지,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를 보고 결정한다.
스티브 카렐_ 내가 가진 시장에서의 가치에 따라 출연작을 결정할 만큼 출세하진 않은 것 같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