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호화로운 별장, 같은 집에 사는 특이한 두 가족. 이들의 삶이 어느 날 마주치게 될 비극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잔니 아멜레오 감독의 영화 <라 테네레차>(La tenerezza)는 지난 4월 이탈리아에서 개봉한 뒤 첫주 만에 100만유로의 수익을 거두었고, 5주 동안 200만유로의 박스오피스 성적을 거둔 히트작이다. 이 작품은 지난 7월 1일 열린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시상식 ‘나스트리 디 아르젠토’의 주요 부문(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배우상, 촬영상)을 석권한 뒤 여름 야외극장에서 다시 일반 관객과 만나는 행운을 안게 되었다. 심장마비 이후 간신히 살아남은 노년의 변호사 로렌조가 <라 테네레차>의 중심인물이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는 집 앞에서 갓 이사온 미켈라와 마주친다. 밝은 표정의 미켈라에게는 남편과 두 아이가 있다. 그녀가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 채, 로렌조는 열쇠가 없어 남편을 기다리던 미켈라에게 자신의 뒷마당에서 그녀의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이 영화는 로렌조 마라오네의 베스트셀러 <행복해질 수 있는 유혹>(La tenta-zione di essere felici)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감독은 “소설의 주인공 로렌조의 얼굴에 서린 그늘, 그의 호화로운 삶과 어두운 내면의 양면성, 내성적이고 절대 세상과 소통하지 않을 것 같으며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 것 같은 로렌조의 성격 뒤에 숨어 있는 부드러움에 대한 감동이 이 책에는 있었다”고 말한다. <라 테네레차>를 연출한 잔니 아멜리오 감독은 지난 1990년 <열린 문>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며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1992년작 <꼬마도둑>은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1998년작 <그들은 그렇게 웃었다>는 베니스국제영화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아멜리오 감독은 이번 영화 <라 테네레차>를 보다 짙은 감성의 드라마로 완성해냈다. 과연 72살 노장의 연륜이 묻어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