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재꽃> 조현주 편집감독 - 진심을 담은 편집
2017-07-27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오계옥

장르 변주가 계속되거나 화려한 컷 분할로 영화 리듬을 만드는 방식이 아닌 편집이란 어떤 것일까. 박석영 감독의 ‘꽃 3부작’ 중 <스틸 플라워> <재꽃>을 함께한 조현주 편집감독의 질문이기도 하다. 핸드헬드 촬영이 중심이었던 <스틸 플라워>와는 또 다르게 길 위의 두 소녀 하담(정하담)과 해별(장해금)의 이야기를 말없이 지켜봐주는 <재꽃>의 단정한 카메라워킹을 받아들고서는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그럴수록 내러티브에 파고들 수밖에. 롱숏을 중간에 툭 자를 수도 없으니 순서를 바꾼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서사를 살펴야 한다.” 촬영소스가 편집실에 도착하면 무조건 모든 숏들을 다 붙여놓고 보고 또 본다. 조현주 편집감독은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관객에게 잘 전달하는 중간자가 편집자”라고 생각하는 만큼 “나는 이 장면을 이렇게 받아들였는데 감독님이 찍고자 한 게 그러하느냐”며 연출자에게 적극적으로 물어본다. 그가 편집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인물의 감정이다. “컷과 컷은 점프될 수 있지만 인물의 감정만큼은 점프돼선 안 된다”는 게 기준이다.

조현주 편집감독이 박석영 감독과 연을 맺게 된 데는 박석영 감독의 동료인 박정범 감독이 있었다. “나와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동기다. 그때 박정범 감독의 <125 전승철>을 편집했다. 작품에 대한 평이 엇갈렸는데 그때 내가 ‘절대 기죽지 마라. 영화 정말 좋다!’고 말했다. <무산일기> <산다>까지 함께할수록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를 끈기 있게 하는 모습에 박수를 쳐주게 된다.” 조현주 편집감독은 박정범 감독이 했던 말 한마디를 여태 가슴에 품고 있다. “누가 내게 ‘어떤 작품 편집이 제일 어려웠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 말을 듣던 박정범 감독이 ‘다 힘들었을 거다. 매 작품 진심을 다해서 편집하니까’라고 하는데 그 마음이…. (웃음)”

“편집은 또 하나의 창조적 과정”이라는 조현주 편집감독은 “연출자조차 미처 생각지 못한 방향의 편집이 되레 감정 전달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되면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재꽃>에서 해별이 하담을 처음 만났을 때 “언니!”라고 부르고 하담이 낯선 해별에게 “내가 데려다줄까?”라며 선의의 손을 내미는 장면도 그런 순간 중 하나일 것이다. “두 인물의 감정을 중심에 두고 편집하되 이 만남이 미스터리하게 보이길 원했다. 서로 눈을 마주치기보다는 다른 데를 보고 있는 상대를 또 다른 이가 바라보는 식이길 바랐다.” 조현주 편집감독은 현재 <박화영>(감독 이환) 편집에 집중하고 있다. “편집이 잘 안 될 때면 도망가고 싶다. 하지만 그런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지금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작품을 한다는 건 내게 그런 것 같다. (웃음)”

노트

조현주 편집감독은 편집에 들어가기에 앞서 러프컷들을 보면서 습관적으로 메모를 한다. 신별로 하나씩 분석해보고 ‘과연 이 신이 필요한가’를 비롯해 영화에 대한 질문들을 가감 없이 적는다. 커다랗게 써둔 문장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야기를 진행시켜야 한다.’ “영화에서 시간은 흐르는데 이야기의 진척이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곱씹는다. 노트가 쌓일수록 “스스로의 성장, 변화 역시 눈에 보인다”고.

2017 <박화영> 2016 <재꽃> 2015 <스틸 플라워> 2014 <산다> 2011 <러브콜> 2010 <무산일기> 2009 <핑크토끼> 2009 <로스트엠파이어> 2009 <우리 만난 지 1년 되는 날> 2008 <연인들> 2008 단편 <125 전승철> 2007 단편 <길 잃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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