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맥베스>에서 캐서린을 연기한 플로렌스 퓨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침묵이 무겁게 내려앉은 저택을 지킨다. 무표정 끝엔 소녀의 호기심과 여인의 욕망이 슬쩍 걸려 있다. 결혼한 여자는 남편의 소유물이 되던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캐서린은 바깥으로 도는 남편을 기다리는 대신 새로운 사랑을 욕망하고 그 사랑에 모든 것을 건다. 무모하고 위험한 여자 캐서린을 연기한 건 데뷔작 <폴링>으로 단번에 영국의 촉망받는 신예로 떠오른 플로렌스 퓨다. 윌리엄 올드로이드 감독은 “오디션장에서 만난 그녀는 유머감각, 결단력, 뜨거운 의지,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 등 우리가 캐서린에게서 찾고자 한 모든 자질을 천성적으로 뿜어내고 있었다”고 칭찬했다. “고양이처럼 무표정하게 앉아서 대부분의 시간을 기다리고 또 들으면서 보내는” 캐서린은 정적인 듯 보이지만 불같은 마음과 행동력을 지닌 여인이다. 플로렌스 퓨는 “캐서린의 모든 행동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녀를 다른 무엇도 아닌 한명의 인간으로 바라보는 거였다”고 말했다. “내게 캐서린은 악녀가 아니라 그저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길 강요당하는 소녀일 뿐이었다.” 19세기의 여성이 되는 과정에는 의상의 힘이 컸다고 한다. “코르셋과 페티코트를 입으며 조임을 당하는 순간 캐서린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치 감옥에 갇혀 지내게 된 것 같은 기분이었고, 캐서린이 왜 그토록 자유를 갈망했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제니퍼 로렌스, 레나 던햄, 매기 스미스, 제니퍼 손더스 등을 롤모델로 꼽는 21살의 플로렌스 퓨는 캐서린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지 “또 다른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차기작 <파이팅 위드 마이 패밀리>에선 미국 프로레슬링 WWE의 슈퍼스타 페이지 역을 맡기까지 했다. “특별하고 믿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내가 레슬링을 배우다니!” 이 배우는 대체 얼마나 우리를 더 놀라게 하려는 걸까.
영화 2016 <마르첼라> 2016 <레이디 맥베스> 2014 <폴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