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영화]
차은우의 <레인맨> 동생이 보고플 때
2017-08-02
글 : 차은우 (아스트로 멤버)

감독 배리 레빈슨 / 출연 더스틴 호프먼, 톰 크루즈, 발레리아 골리노 / 제작연도 1988년

<레인맨>을 통해 마음속 빈자리를 메우고 채웠던 시간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나는 4년의 연습생 기간을 거쳐 지난해 그룹 ‘아스트로’로 데뷔했다. 그 4년은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가장 중요하고, 아쉽고, 힘든 시간이었다. 보컬, 댄스 수업 땐 항상 혼이 나고 주눅이 들었다. 자책이 일상이었다. 숙소 생활을 한다는 소식은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나에게 청천벽력과 같았다. 식단 관리와 다이어트도 혹독했다. 간신히 버텨가는 날들이었다. <레인맨>은 힘들었던 그때의 나에게 기운을 돋워준 영화다.

힘들고 외로울 땐 십중팔구 가족 생각이 먼저 났다. 내 꿈엔 유독 동생이 자주 나왔다. 우리는 우애가 두터운 형제다. 어릴 적 자전거 뒷자리에 동생을 태우고 동네 곳곳을 누비는 동안 옆 동네 경비 아저씨들에게까지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았던 기억이 난다.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면서는 동생과 함께하는 시간이 없었다. 힘들 때마다 동생과의 추억을 떠올려서인지 밤이면 꿈에 동생이 나왔다. 동생 동휘를 보는 걸 대신해 마음을 달래줄, 형제애에 관한 영화를 찾다 만난 게 <레인맨>이다.

<레인맨>은 형제를 다룬 영화다. 떨어져 있던 형제가 다시 만나고, 함께 지내고, 쌓였던 오해를 풀어가며 서로의 소중함을 알아간다. 동생 찰리(톰 크루즈)가 자폐 증상이 있는 형 레이먼드(더스틴 호프먼)의 수학적 천재성을 이용해 함께 라스베이거스에서 돈을 딸 때. 매일 팬케이크에 정해진 소스를 먹는 습관으로 소소한 장난을 칠 때.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노래를 불러주었던 ‘레인맨’이 레이먼드란 것을 찰리가 깨달았을 때. 형제의 우애가 다시 살아나고 깊어질수록 내 빈자리도 함께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잔잔하고, ‘올드’하고, 평화로운 <레인맨>은 인상적이었다. 장이 안 좋다는 핑계까지 대며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두 시간 동안 <레인맨>을 보고 나올 때도 있었다. 어느 날 동생이 중국으로 유학을 간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스러워졌다. 아직 어리고 내가 지켜줘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먼저 독립한 형으로서 동생에게 독립에 관한 조언도 해주고 싶었는데, 그땐 휴대폰도 쓸 수 없었고 단체생활의 규칙 때문에 집에도 가볼 수 없었다. 그 허한 마음을, 틈나는 대로 화장실에 들어가서 보았던 <레인맨>으로 달랬다.

최근 나는 가수 활동에 이어 연기도 시작했다. 연기를 시작하면서 다시 찾아 본 <레인맨>은 처음 접하는 영화 같았다. ‘이 장면에선 이렇게 생각하니 이런 연기가 나온 거겠지?’ 하며 더스틴 호프먼의 연기를 눈여겨봤다. 호프먼은 실제로 두달 동안 자폐장애인 재활시설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가수로 활동할 때도 생각했다. 같은 노래를 부르더라도 내 마음과 경험을 녹인 노래는 다르게 들릴 거라고. 나의 연기를 보고 또 아스트로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힘들고 지칠 때면 내 목소리와 연기가 그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으면 좋겠다. “One for bad. Two for good”이라는 레이먼드의 말에 “We’re two for good”이라 답한 찰리처럼, 사람들에게 ‘Two’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차은우 아이돌그룹 아스트로 멤버. <두근두근 내 인생>(2014)에서 환상 속 건강한 아름을 연기했다. 드라마 <최고의 한방>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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