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주성철 편집장] 박찬욱관 개관에 부쳐
2017-08-04
글 : 주성철

“67편의 장편을 만들고, 35편의 단편을 만들었으며, 48편의 각본을 제공한 자. 영화감독치고는 비교적 덜 이기적이었던 자, 여기 잠들다.” 과거 2003년 영화잡지 <키노>에서 두꺼운 2권짜리 <영화감독사전>을 만들면서 여러 한국 감독들을 대상으로 앙케트를 진행한 적 있다. 그중 ‘당신의 묘비명을 직접 쓴다면?’이라는 다소 민망한 질문에 대한 박찬욱 감독의 답이었다. 약속한 편수를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동생 박찬경 감독과 함께 ‘파킹찬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지금까지 단편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시나리오작가로서도 왕성하게 써나가던 시절의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역시 연출부로서, 시나리오작가로서, 실패한 데뷔작을 내놓은 감독으로서 얼마나 혹독하게 충무로 생활을 했으면, 감독의 여러 덕목, 아니 자신의 다짐으로 무엇보다 ‘덜 이기적’이고 싶어 했을지가 가장 흥미로웠다.

같은 <영화감독사전>에서 또 다른 앙케트 질문 중 ‘당신에게 늘 지속적인 영감을 주는 화두로서의 예술가가 있다면 누구 입니까?’라는 질문에는 “대학 신입생 시절 이후 언제나 J. S. 바흐와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며 그렇게 꼽은 이유를 “전자는 엄격함 속에 생동하는 자유로움, 후자는 운명에 맞서 투쟁하는 인간의 나약함과 위대함”이라고 했다. 돌이켜보면 영화감독이 아닌 예술가들로 예를 들었다 뿐이지, 이후 그가 만들어온 영화들이 스타일상으로는 전자를, 서사적으로는 후자를 쭉 그려왔다는 생각이 든다. 말하자면 그는 그때 선언했던 그대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CJ CGV는 최근 그랜드 오픈한 CGV용산 아이파크몰의 아트하우스관을 박찬욱 감독에게 헌정하며 ‘박찬욱관’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호 표지를 진행하게 된 것도 그와 관련한 내용을 다루기 위해서다. 지난해에 임권택관, 안성기관을 개관할 때도 표지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당시 대담에 참여한 박중훈 배우의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나는 우리 영화계에서 두분이 거장 임권택, 국민배우 안성기라고 불리는 게 좋다. 내가 영화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영화인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나 평판이 좋지 않았다. 두분은 그런 호칭이 쑥스러울지 몰라도 덕분에 영화인들의 전체 위상이 올라갔다. 영화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는 진정 고마운 일이다.” 당사자는 손사래를 칠지 몰라도 박찬욱 감독에 대한 생각도 비슷하다.

박찬욱 감독이 영화상 시상식에서 “<아가씨>로 상을 받은 만큼 성별, 성정체성, 성적 지향으로 차별받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며 “투표할 때 여러 기준 중 이런 것도 한번쯤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때, 솔직히 짜릿하고 뿌듯했다. 그가 지난해 <씨네21>에서 진행한 #영화계_내_성폭력 연속 대담에 거의 일면식도 없는 신인감독들과 한자리에 나와주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선배 소설가 중에 저런 자리에 나와줄 사람 없을걸”이라고 부러워하던 한 출판사 관계자의 얘기를 들을 때도 그랬다. 물론 그가 만드는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로도 그렇다. 뭐랄까, 여러모로 그가 이 판의 ‘문화’를 바꿔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장영엽 기자와의 인터뷰를 참조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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