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과연 나의 기억은 진짜일까?
2017-08-09
글 : 정지혜 (객원기자)

빈티지 카메라 상점을 운영하는 초로의 토니 웹스터(짐 브로드벤트) 앞으로 한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발신인은 까마득한 그 옛날의 첫사랑 베로니카(샬롯 램플링). 그녀는 어머니 사라 포드(에밀리 모티머)의 부고와 함께 사라가 토니 앞으로 유품을 남겼다고 전한다. 토니는 수소문 끝에 베로니카와 재회한다. 하지만 베로니카는 토니의 몫인 어머니의 유품은 이미 태웠다 한다. 토니가 법적으로는 그 물건의 주인일지 몰라도 도덕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알 듯 모를 듯한 말과 함께 말이다. 베로니카는 토니에게 또 한장의 편지를 내민다. 토니가 베로니카와 함께했던 그 시절에 누군가가 베로니카와 그녀의 새 연인 아드리안 핀(조 알윈)을 향해 쓴 모욕의 편지다. 토니의 기억엔 전혀 없는 그 편지의 발신인은 놀랍게도 토니 자신이었다.

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원작이다. ‘특별한 순서 없이, 기억이 떠오른다’는 소설 속 첫 문장처럼 영화는 개별 기억과 그것들의 총체로 보이는 역사가 때론 얼마나 허망하고 무력한 불확실한 것들의 총량인지를 말한다. 원작처럼 영화는 노년의 토니가 전 부인인 마가렛(해리엇 월터)에게 베로니카와의 과거사를 들려주는 한축과 현재의 시간이 뒤섞이며 진행된다. 토니에게 그 시절은 이제는 빛바랜 한때일지 몰라도 베로니카와 아드리안에겐 토니의 편지가 미래에 대한 예고가 돼 불행한 현실로 들이닥친 뒤였다. 무섭고도 잔인한 인생의 장난이라고 해야 할까. 역사학에 관심이 많았던 청년 아드리안이 라그랑주의 말, “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 ”을 옮기던 장면이 어쩌면 이 이야기의 뇌관일지도 모르겠다. 미스터리한 편지의 도착이 불러일으키는 긴장이라는 원작의 효과를 영화가 잘 살려냈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관객은 손주를 볼 지긋한 나이가 돼서야 인생이라는 미스터리 앞에 불려나와 당혹과 안도를 느끼게 되는 토니를 보며 각자의 당혹을 들여다보게 될 것 같다. 이것은 다행인가. 다행이라 해도 좋은가. 짐 브로드벤트, 샬롯 램플링뿐 아니라 해리엇 월터, 에밀리 모티머의 여유와 관조 어린 눈빛이 기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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