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애나벨: 인형의 주인> 딸의 죽음으로부터 12년 후
2017-08-16
글 : 곽민해 (객원기자)

애나벨이 공포의 인형이 된 최초의 계기를 다룬다. <컨저링> 시리즈의 최신작인 이번 작품은 극중 시점으로는 이야기의 출발선이다. 이번 영화로부터 <애나벨>(2014), 그리고 <컨저링> 시리즈로 확장되는 퍼즐이 맞춰진다. 멀린 부부는 사고로 딸을 잃기 전까지 수공예 인형을 만들었다. 애나벨은 이들이 만든 인형 중 하나다. 딸의 죽음으로부터 12년 후. 부부는 여섯명의 고아를 자신의 집에서 지내게 한다. 여기에는 소아마비를 앓아 거동이 불편한 재니스(탈리타 베이트먼)도 함께다. 재니스는 어느 날부터 멀린 부부의 죽은 딸을 본다.

인형과 연루된 공포라는 설정은 전작과 동일하지만, 재미가 반감될 것이란 편견은 지우는 편이 좋겠다. 감독은 2층짜리 주택의 설계에 만전을 기했다. 이 공간은 초반부 멀린 부부의 저택에 온 손님들의 동선을 따라 확인할 수 있다. 삐걱대는 나무 계단, 계단에 설치된 리프트, 수동으로 움직이는 식기용 승강기 등. 어느 것도 평범한 소품으로 넘기지 마시라. 이 탐색전은 감독이 앞으로의 이야기를 미리 펼쳐 보인 것과 다름없으니 말이다. 공포는 느린 속도로 고조된다. 중반까지도 애나벨 이면의 진짜 존재는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어둠속에서 나타나는 실루엣, 밤마다 들리는 의문의 발자국 소리, 빈방에서 재생되는 턴테이블 등의 소품이 긴장감을 만든다. 이야기에 속도와 강도가 붙는 것은 애나벨에 얽힌 전말이 밝혀진 이후. <라이트 아웃>(2016)으로 공포영화의 신예가 된 감독의 장기를 믿어봐도 좋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공포의 방법과 강도를 치밀하게 조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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