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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최강 배달꾼> 인과관계
2017-08-22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서울 동부의 소문난 중국집 팔팔반점에는 두명의 배달 실력자가 있다. 한 가게에서 두달만 일하고 다음 가게로 뜨는 최강수(고경표)는 정착하지 못하는 인물이고, 이단아(채수빈)는 한국을 떠나려 이민자금을 모은다. 이들이 이른바 ‘흙수저’라면, ‘금수저’도 있다. 재벌 집 둘째 아들로 태어나 경쟁도 성취도 모르고 살아온 오진규(김선호)는 새벽에 도로를 막고 즐기는 레이싱 경주에서 짜릿함을 구하고,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살다가 대책 없이 독립한 이지윤(고원희)은 세상의 위험을 실감해본 적이 없다.

KBS2 <최강 배달꾼>은 접점 없이 살아가던 이들 네명이 사회 안에서 영향을 주고받는 인과를 따져간다. 오진규의 레이싱이 있던 날, 강수의 후배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막힌 도로를 우회하다 제때 병원에 도착하지 못해 사경을 헤매게 된다. 후에 강수를 통해 이 일을 알게 된 진규는 다만 여흥이었을 뿐 “그런 일 생기라고 벌인 일은 아닌데”라고 말한다.

상가를 사들이고 임대료를 올려 기존 상인들을 몰아내고, 자사 요식업 체인을 깔아 상권을 장악해온 지윤의 어머니는 팔팔반점 골목에 당도했다. 냄새를 맡은 사채업자들은 가게마다 명함을 뿌린다. 매일 일해도 돈 천만원이 없던 단아의 부모도 그런 식으로 사채를 썼을 것이고, 단아는 대학 등록을 포기하고 집을 나왔다. 부의 대물림을 경멸한다 했던 지윤이 과연 빚의 대물림을 경멸해 한국을 뜨려 하는 단아 앞에서 자기 한몸 홀가분한 독립을 말할 수 있을까? 앞서 진규의 변명에 강수가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근데 결국 생겼어. 그것 때문에.” 사람 구실을 하고 살자면 저 말의 무게를 회피하지 않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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