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의 사진은 가족앨범에 꽂히는 대신 파일별로 분류돼 여러 책에 실리고 전세계에 전시되었다.” 영화의 내레이션을 맡은 화자이자 감독인 클레망틴 드루디유는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의 외손녀다. 로베르 두아노의 집은 곧 작업실이었고, 그의 가족과 친지들은 곧잘 카메라 앞 모델이 되었다. “열렬한 휴머니스트이자 사람과 현장을 사랑했던 할아버지”에 대한 기록은 한 위대한 예술가를 집대성한 다큐멘터리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 로베르 두아노>로 완성됐다.
로베르 두아노는 파리의 일상 풍경을 낭만적 시선으로 포착한 흑백사진으로 유명한 작가로, 대표작이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다. 그에겐 ‘휴머니스트’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데, 그건 그가 사람들 틈에 스스로 녹아들어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사진작가로서의 다양한 경험이 그런 태도를 견지하는 데 일조했는지 모른다. 로베르 두아노는 르포 사진을 찍어 신문사에 팔기도 했고, 르노 자동차 공장에 사진사로 취직해 월급쟁이 시절을 보낸 적도 있다. 또한 패션잡지 <보그>에서 패션화보를 촬영했고, 예술가 인물 사진도 종종 찍었다. <보그>에서 패션화보를 찍을 당시를 회상하며 “근사한 피사체”에 대해 그가 한 말이 재밌다. “일을 하지 않는 그들은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다. 씻고 다듬고 광내고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은 근사하다.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못생겼다. 나는 일을 많이 해서 보다시피 지치고 깡말랐다.” 이처럼 그의 말과 사진에는 위트가 넘친다.
이런 사람을 예술가들이 사랑하지 않을 리 없다. 로베르 두아노는 시인 자크 프레베르, 소설가 다니엘 페낙 등과 가까이 지내며 파리 산책을 즐겼다. 이들을 통해 진부한 말도 위엄 있게 쓸 수 있다는 걸 배운 그는 “진부한 일상의 풍경도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사진으로 증명한다. 영화엔 로베르 두아노의 방대한 작품뿐 아니라 생전의 인터뷰 화면도 적절히 쓰인다. 사진작가 지망생이라면 밑줄 치고 싶은 말들이 많을 것이다. 화보집과 전기와 강연을 동시에 보고 듣는 것 같은 다큐멘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