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 로베르 두아노> 두아노의 사진은 모두 이야기로 들린다!
2017-08-23
글 : 이주현

“우리 식구의 사진은 가족앨범에 꽂히는 대신 파일별로 분류돼 여러 책에 실리고 전세계에 전시되었다.” 영화의 내레이션을 맡은 화자이자 감독인 클레망틴 드루디유는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의 외손녀다. 로베르 두아노의 집은 곧 작업실이었고, 그의 가족과 친지들은 곧잘 카메라 앞 모델이 되었다. “열렬한 휴머니스트이자 사람과 현장을 사랑했던 할아버지”에 대한 기록은 한 위대한 예술가를 집대성한 다큐멘터리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 로베르 두아노>로 완성됐다.

로베르 두아노는 파리의 일상 풍경을 낭만적 시선으로 포착한 흑백사진으로 유명한 작가로, 대표작이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다. 그에겐 ‘휴머니스트’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데, 그건 그가 사람들 틈에 스스로 녹아들어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사진작가로서의 다양한 경험이 그런 태도를 견지하는 데 일조했는지 모른다. 로베르 두아노는 르포 사진을 찍어 신문사에 팔기도 했고, 르노 자동차 공장에 사진사로 취직해 월급쟁이 시절을 보낸 적도 있다. 또한 패션잡지 <보그>에서 패션화보를 촬영했고, 예술가 인물 사진도 종종 찍었다. <보그>에서 패션화보를 찍을 당시를 회상하며 “근사한 피사체”에 대해 그가 한 말이 재밌다. “일을 하지 않는 그들은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다. 씻고 다듬고 광내고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은 근사하다.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못생겼다. 나는 일을 많이 해서 보다시피 지치고 깡말랐다.” 이처럼 그의 말과 사진에는 위트가 넘친다.

이런 사람을 예술가들이 사랑하지 않을 리 없다. 로베르 두아노는 시인 자크 프레베르, 소설가 다니엘 페낙 등과 가까이 지내며 파리 산책을 즐겼다. 이들을 통해 진부한 말도 위엄 있게 쓸 수 있다는 걸 배운 그는 “진부한 일상의 풍경도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사진으로 증명한다. 영화엔 로베르 두아노의 방대한 작품뿐 아니라 생전의 인터뷰 화면도 적절히 쓰인다. 사진작가 지망생이라면 밑줄 치고 싶은 말들이 많을 것이다. 화보집과 전기와 강연을 동시에 보고 듣는 것 같은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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