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밴드 밤섬해적단의 1집 앨범 ≪서울불바다≫의 코멘터리? 침체기를 통과하는 청년 세대의 자화상? 메이저에 반기를 드는 인디뮤지션의 생존기? 영화는 그 정체성을 모두 가지면서도 어느 한쪽으로 포섭되지 않는다. 외형은 2인조 메탈 밴드 밤섬해적단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멤버들의 인터뷰와 작업 과정 등이 음악과 함께 담겼다. 이들의 작업은 문제적이다. <백범살인일지>란 곡의 후렴구는 이렇다. ‘김구짱, 김구짱, 이승만 X신!’ 그리고 이들의 노래엔 비정규직, 청년실업, 권위주의 등 한국 사회의 척박한 단면들이 녹아난다. 때문에 영화도 음악 다큐인 동시에 한국 사회의 어떤 풍경을 비추는 고발물의 정서를 지닌다. 밤섬해적단의 동료 박정근은 극중 북한의 계정을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구속된다. 스스로 조롱한 현실이 직격탄이 되어서 돌아왔단 점에서, 어떤 영화보다 더 극적인 사건이다. 명백한 농담이 한국 사회의 레드 콤플렉스를 타고 이적 표현으로 탈바꿈하는 광경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밤섬해적단의 무대는 철거촌에서 제주 강정으로, 국가에 의해 존재를 위협받는 이들의 터전으로 향한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이라는 무기력한 정서를 공유하면서도, 용역과의 투쟁을 불사하는 이들은 청년 세대에 대한 어떤 정의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이들의 매력도 자신이 가진 아이러니를 인정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태도에 있다. 어쩌면 한국 사회에도 이런 태도가 필요하지 않은가. 결국 이 영화가 경계하는 것은 아군 혹은 적군, 정의가 아니면 불의란 식의 안이한 접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