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 미상의 시신에 붙이는 이름, 제인 도(Jane Doe). 영화는 일가족 살인사건이 발생한 현장에서 의문의 시신이 발견되고, 부검소를 운영하는 토미(브라이언 콕스)와 오스틴(에밀 허시) 부자가 그 시신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젊은 여성으로 추정되는 이 시신에는 의문점이 많다. 혀가 반쯤 잘렸고, 팔다리에 골절이 있으며, 폐와 뇌를 비롯한 장기가 훼손된 상태다. 그런데도 외부는 상처 하나 없이 말끔하다. 이들 부자는 늘 캠코더를 켜고 부검 과정을 녹화하는데, 영화는 실제 부검 영상을 보는 것처럼 그 과정을 상세하게 나열한다. 외부에서 내부 장기로, 두뇌 해부로 이어지는 부검 과정을 보여주며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제시한다. 문제는 시신의 피부를 갈라내고, 장기와 두뇌가 잘 보이도록 피부를 젖히는 장면 등이 여과 없이 스크린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시신은 인간의 몸이라기보다 거대한 기계 장치처럼 느껴진다. 어떤 관객에게는 귀신이 나오는 장면보다 견디기 힘든 광경일 것이다. 시신에서는 레위기의 한 구절이 적힌 낡은 헝겊 등이 발견된다. 그런데 부자가 가진 단서가 늘어날수록 부검실에서는 이상한 징후들이 발견된다.
라디오에서 섬뜩한 동요가 들리고, 전기가 끊기며, 어둠 속에서 안치된 시신들이 움직이는 환영이 보인다. 두 부자는 마침내 탈출을 결심하지만 이미 문은 굳게 잠긴 뒤다. 영화는 이때부터 오컬트 요소를 가미한 밀실 호러로 탈바꿈한다. 좁은 복도와 조명, 엘리베이터, 환풍기 등 주택을 개조한 부검소의 구조를 영리하게 활용한다. 다만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의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