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를 다수 만들고 출연도 하는 입장에서 아이튠즈와 팟빵, 팟티 등의 팟캐스트 순위는 민감하게 다가온다. 매일매일 보게 되는 순위 상위권에는 정치 프로그램들이 가득하다. 식상하기도 하다. 그런데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물론이지만 최근 몇달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비정치 프로그램이 있다. 이른바 ‘통장요정’ 김생민이 이끌어가는 <김생민의 영수증>이 그것이다.
‘돈은 안 쓰는 것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계속해서 화면에 오버랩된다. 구체적인 사연을 가진 시청자의 사례를 큰 그림에서 분석하고는 특유의 ‘그레잇’을 던진다. 그 이후 이어지는 것은 매우 섬세한 영수증 분석. ‘스튜핏!’과 ‘그레잇!’이 난무한다. 페디큐어를 하지 말고 발을 모래 속에 감추라든지, 소화제를 사지 말고 점프를 통해 소화시키라든지 하는 소위 빵 터지는 유머 속에 김생민이 강조하는 ‘절실함’이 묻어나온다. 그러고나서 15분이 흐르면, 우리는 더이상 웃기만 할 수는 없다.
욜로(you only live once)와 ‘탕진잼’이 지배하는 2017년의 대한민국에서 이 프로그램이 담고 있는 진리는 매우 간단하다. 꾸준함과 절실함이다. 우리는 항상 일확천금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돈은 무의식 중에 가볍게 통장을 도망쳐 나간다. ‘1992년부터 자동이체 적금을 한번도 빼먹은 적 없는’ 김생민의 이야기는 전하는 메시지가 뚜렷하다. 그리고 동시에 팟캐스트의 힘을 다시 실감한다. 핀 포인트 타깃과 간결한 메시지, 그리고 그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에서의 자유로움. <김생민의 영수증>은 이 모든 것을 장착하고 지상파 정복에 나섰다. 15분짜리 프로그램의 진정한 힘은 이제 시작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