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임무에 실패한 적이 없어.” 로레인 브로튼(샤를리즈 테론)은 유능한 MI6 비밀요원이다. 세계 각국 스파이들에 대한 정보를 가진 이중 스파이가 살해당하고, 로레인은 사건을 해결하고 리스트를 다시 확보하기 위해 서독으로 온다. 리스트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베를린에 10년 동안 있었던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데이빗 퍼시벌(제임스 맥어보이)은 어딘가 수상한 구석이 있다. 로레인은 그를 감시하는 1년차 프랑스 스파이 델핀 라살(소피아 부텔라)과 강렬한 끌림을 느끼고 연인이 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 혼란스러운 독일을 배경으로 하지만 정치적인 이슈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으며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스파이 장르물의 일반적인 서사를 따라가되 독특한 스타일을 살렸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음악을 맡았던 타일러 베이츠 음악감독의 선곡이 매 장면에 경쾌함을 더했다. 뉴 오더, 디페시 모드, 퀸, 데이비드 보위, 카니예 웨스트 등 시대를 아우르는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액션 신과 이루는 조화가 근사하다.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캐릭터 모두가 여성이라는 설정 역시 패션부터 액션 스타일까지 이 영화의 비교 대상이 될 법한 감독의 전작 <존 윅>과는 또 다른 매력을 만들었다. 특히 계단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10여분의 롱테이크 액션신은 샤를리즈 테론의 길쭉하고 유연한 신체를 십분 활용하는 명장면. 다만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할 만큼 지나치게 음악에 의지하는 일부 장면은 영화의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매트릭스> <본 얼티메이텀> 등에 스턴트 전문가로 참여했던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의 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