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별의별 짠돌이가 다 있다지만 프랑수아(대니 분)는 보통을 넘는다. 그에게 수도 계량기 돌아가는 걸 막거나 전기 제품에 전원을 끄는 건 너무 기초적이라 언급할 가치가 없다.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음식도 문제가 아니다. 오죽하면 등을 켜지 않은 어둑한 집 안에서 창으로 비친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말할 수 없이 청빈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을까.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도 요리조리 피한다. 자신의 실체를 모른 채 차 한잔을 권하는 발레리(로렌스 아르네)의 제안에도 주저한다. 그렇게 모은 돈이 프랑수아에겐 유일한 재산, 의미의 전부다. 그런 그에게 자신의 딸이라며 등장한 소녀 로라(노에미 슈미트)라니. 심지어 로라는 프랑수아가 무슨 그럴듯한 가치관에 기대 환경운동이라도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니, 그는 부담스럽기만 하다.
프랑수아의 인색하고 옹졸함을 드러내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건강한 절약 정신을 훨씬 넘어선 자리에서 웃음이 나는 블랙코미디다. 못난 아버지를 일깨우는 계기, 로라의 등장은 전형적이다. 누구보다 아버지를 이해하고 믿으려는 딸로 인해 프랑수아는 자신의 못남이 부끄럽다. 게다가 프랑수아와 딸과의 관계가 진척되고 프랑수아가 새로 태어나는 과정에는 다소 통속극적 요소가 개입한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마음을 여는 데 미숙한 프랑수아는 그렇게 조금씩 세상을 알아간다. 프랑스에서 개봉 첫주에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한 작품이다. 프랑수아의 어이없는 행동이 다소 과장돼 있지만 코미디 장르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면 이해할 수도 있겠다. 유치한 사내의 개화 서사극이라고 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