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탐방]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연극학부] 단단한 기본기로 무대를 장악할 배우를 길러낸다
2017-09-04
글 : 곽민해 (객원기자)
사진 : 오계옥

“무대에 캐릭터가 되어서 서세요. 실제 자신이 아니라.” 연출가의 호령에 배우들이 자세와 호흡을 다듬는다. 뙤약볕이 내리쬐던 지난 7월, 아침부터 시작한 연습은 오후를 넘기고 있다. 한 대목에서 멈춘 대본은 반복되는 연습에도 넘어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사가 몸에 익지 않아 배우의 연기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탓이다. 운동복 차림으로 연습실에서 땀방울을 흘리는 이들은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연극학부 1학년 학생들이다. 8월에 열릴 워크숍 공연을 준비하느라 학기처럼 캠퍼스에 출석 도장을 찍는다.

보통 방학 중에는 1, 2학년 학생들의 워크숍 작품이 4편가량 무대에 오른다. 연극학부를 졸업한 현역의 연출가를 초빙해 연출과 지도를 맡기고, 학생들은 조연출과 스탭, 배우로 참여하게 된다. 특히 여름방학 워크숍은 이들이 처음 무대 경험을 쌓는 기회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학부장 이동훈 교수는 “첫 무대가 즐겁지 않으면 전공에 흥미를 잃기 쉽다. 1, 2학년 학생들이 최대한 즐겁게 연극 무대를 체험하게 만드는 게 목표”라며 “그런데도 학생들은 방학에도 학교에 와야 하니 ‘감옥 같다’고 말하더라”며 웃었다.

재학 중에 최소 10개 작품에 참여하는 다채로운 실습 기회는 동국대학교 연극학부의 강점이다. 이렇게 만든 작품은 정기적으로 극장에서 공연 기회를 갖는다. 연극학부가 위치한 문화관은 지하에 100석 규모의 소극장을, 바로 옆에 300석 규모의 이해랑예술극장을 접하고 있다. 특히 20억원가량을 투자해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2008년 개관한 이해랑예술극장은 연극학부 학생들의 든든한 터전이다. 3, 4학년 학생들이 연극제작실기 강의를 통해 완성한 정기 공연이 해마다 8편씩 이해랑예술극장을 찾는다. 학교 수업이 곧 현장 실습으로 이어지며, 이 모든 과정을 캠퍼스 안에서 해결하는 최고의 환경을 갖춘 셈이다.

동국대학교 연극학부의 커리큘럼은 가창실기, 소리훈련, 신체훈련 등으로 무대 연기의 기본기를 다지는 동시에 기초연기, 중급연기 등의 교과를 통해 배우가 가져야 할 감성이나 상상력을 끌어내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이들 교과는 연출전공도 수강해야 한다. 연출을 잘하려면 배우의 마인드를 이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연극기초, 동서양 연극사, 제작기초, 제작실습 등의 이론 교과를 더해 희곡의 구조와 무대예술에 대한 학문적 이해도를 높인다. 고학년이 되면 제작실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적절한 형식으로 표현하는 법을 훈련하며, 이런 과정을 거쳐 졸업작품에서 뮤지컬과 연극 중 어떤 작품을 택할 것인지 결정한다.

지난해에는 동국대학교가 정부 사업인 소프트웨어중심대학에 선정됨에 따라 문화예술과 공학 분야의 융합에 초점을 둔 ‘문화예술SW연계전공’이 신설됐다. 이 전공을 선택할 경우 기존의 학부 강의에 더해 입체공연 음향, VR, 미디어파사드 등 소프트웨어 분야의 신기술과 뉴미디어에 관한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이동훈 교수는 “이 시대에 연출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소프트웨어 교육이 필수적”이라며 “공학과 예술을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라고 밝혔다.

동국대학교 연극학부는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에 발맞춰 새로운 변화를 거듭해왔다.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것처럼, 이런 변화의 밑바탕에도 60년이란 세월이 만든 단단한 전통과 역사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연극학부가 일찌감치 동국대학교에 터전을 잡은 것은 연극이 민중의 계몽을 위해 꼭 필요한 치료제라는 지식인들의 판단 때문이었다. 인간의 정신을 고양하고, 사회 발전에 보탬이 되는 연극인이라는 목표는 현재도 변함이 없다. 좋은 배우란 그가 지닌 휴머니티가 캐릭터에 묻어나는 것이라고 믿기에, 신입생을 선발할 때도 화려한 기교로 무장한 사람보다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에게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 “좋은 연극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는 데 보탬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동훈 교수의 말처럼 시대의 무게를 짊어진 이들을 통해 명맥을 이어온 동국대학교 연극학부. 그 진중한 발걸음에 동참할 새로운 얼굴을 기다리고 있다.

이동훈 동국대학교 연극학부 학부장 교수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예술가를 기른다”

-지난해와 다르게 연출전공을 수시모집에서 선발한다.

=수능 성적으로만 학생들을 뽑으면 드러나는 문제가 있더라. 연출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학생들이 뽑히는 거다. 입학 성적이 좋아서 뽑았는데, 연출과 맞지 않아 방황하거나 전공을 바꾸는 학생들이 나타난다. 연극학부라면 더 많은 연출가를 배출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연출에 꿈과 열정을 가진 학생들이 필요하다.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연출전공에 지원하는 동기와 목표, 앞으로의 계획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연기전공의 경우 매체 연기보다 무대 연기를 강조한다.

=좋은 배우라면 카메라가 자신을 따라오게 만들어야 한다. 연기의 기본은 무대라고 하지 않나. 넓은 무대에서 관객의 시선을 잡을 수 있으면 어떤 매체 앞에서도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다. 극예술 안에서도 뮤지컬과 연기를 고루 경험하길 권유한다. 한 가지만 잘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다. 연기와 노래는 물론, 예능까지 해야 한다. (웃음) 이런 흐름에 걸맞은 인재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규 커리큘럼 외에 소개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교수와 학생이 함께하는 독서 클럽 ‘프로타고니스트’가 있다. 학생들과 함께 전공에서 다루지 못하는 교양 도서를 읽는 거다. 건축사, 음악사 등 역사책을 가장 많이 읽게 한다. 인문학적 소양이 바탕이 되어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특히 독서 클럽은 학교에서 공간과 도서를 지원받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동국대학교에서 가장 자랑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다.

-동국대학교 연극학부가 지향하는 인재상은.

=연극에서 말하는 프로타고니스트에는 두 종류가 있다. 벌어진 상황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인물, 또는 벌어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여기서 후자의 면모가 더 중요하다. 현실 문제를 직시하고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이면 좋겠다. 일상에서부터 프로타고니스트가 되라고 말한다. 쉽게 말해 ‘길에 떨어진 휴지를 먼저 줍는 사람’, ‘지하철에서 선뜻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처럼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동국대학교 학과 및 전형 소개

동국대학교 연극학부는 57년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연극 문화의 산실이다. 민족사학의 전통 위에 설립된 연극학부는 1960년 한국 최초의 연극 관련 학과로 출범했다. 1962년 연극영화학과로 명칭을 바꾸었고, 이후로도 몇 차례의 학제 개편을 거쳐 예술대학 내 연극학부와 영상영화학과로 나뉜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를 잡았다. 연극학부 안에는 연극전공과 뮤지컬전공을 두고 연출, 연기 분야의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2018학년도 수시모집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지난해 정시로 선발한 연출 정원 8명을 수시에서 선발한다는 점이다. 연출전공을 희망한다면 학생부 종합 전형인 두드림(Do Dream)전형에 응시해야 한다. 두드림 전형의 경우 학생종합기록부와 자기소개서 등을 심사하는 ‘서류종합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1단계에서 서류종합평가만을 통해 3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도 1단계 성적과 면접 평가성적을 7 대 3 비율로 합산해 합격자를 발표하기 때문이다. 서류에는 연출에 대한 자신의 의지와 비전을 드러내야 한다. 연기전공의 경우 지난해와 같이 특기자 전형을 통해 30명을 선발한다. 1단계에서 자유연기로 10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는 지정연기와 즉흥연기, 작품이해와 특기를 고르게 평가해 합격자를 가려낸다. 이번 수시모집 지정 작품은 안톤 체호프의 <벚꽃 동산>, 아서 밀러의 <시련>, 아리엘 돌프만의 <과부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으로 정해졌다. 이 단계에서는 주어진 인물과 상황에 대한 이해력을 평가하는 질의응답이 함께 진행된다. 연기 면에서의 테크닉보다 자신만의 솔직한 감상에 주목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두 전형 모두 원서접수는 9월 11일부터 13일까지다. 연출전공은 11월 10일 1단계 합격자를 거르고, 12월 2일부터 양일간 면접을 진행해 12월 13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연기전공은 9월 21일부터 26일까지 1단계 실기를,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2단계 실기를 거쳐 11월 3일 합격자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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