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킹스맨: 골든 서클>을 관람하기 전 수행해야 할 여섯 가지 미션
2017-09-06
글 : 장영엽 (편집장)
매너 있는 스파이 킹스맨이 돌아왔다!

위험한 신사들이 돌아온다. 매튜 본의 두 번째 스파이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이 9월 27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라는 명대사를 21세기 블록버스터 역사에 아로새긴 2015년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007> 제임스 본드로 대변되는 영국산 첩보 블록버스터에 젊고 참신한 감각을 불어 넣었다는 평을 받았다. 이 작품의 속편 격인 <킹스맨: 골든 서클>은 1편의 찬란한 성취를 좇기보다 위험하지만 더 흥미진진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지향하는 영화라고 한다. 이 영화를 보기 전, 관객이 수행해야 할 여섯 가지 미션을 소개한다.

Mission 1. 전편의 모든 규칙을 믿지 말 것

“매튜 본의 미션 성공”(<토털 필름>), “아마도 2015년의 가장 위험천만한 메인스트림 영화”(<엠파이어>), “만화적인 액션과 캐릭터가 이끄는 드라마의 에너지 넘치는 균형”(<할리우드 리포터>). 지난 2015년 개봉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이하 <시크릿 에이전트>)에 쏟아진 호평이다. 마크 밀러가 쓴 동명의 마블 코믹스를 원작 삼아 ‘더 빨리, 더 대담하게, 더 유쾌하게’의 정신으로 무장한 매튜 본의 <시크릿 에이전트>는 제임스 본드와 제이슨 본, 에단 헌트가 나눠 가지고 있던 스파이 블록버스터 영화의 지분을 훔치기에 충분했다. 당연히 <킹스맨>의 속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정작 감독인 매튜 본은 심드렁했다. 인기에 힘입어 속편을 제작하는 것만큼이나 안일한 선택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두 번째 <킹스맨> 영화를 만들게 된 건 스스로 “더 거대하게, 더 대담하게, 더 웃기게, 더 광적으로” 영화를 만들 확신이 생긴 다음의 일이다. “속편을 만들 때에는 오리지널 영화가 약속했던 것들을 위반해야 한다”는 매튜 본의 말대로, <킹스맨> 프랜차이즈의 두 번째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이하 <골든 서클>)은 1편이 쌓아올린 것들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먼저, 킹스맨 본부가 사라진다. 외톨이 소년이었던 에그시(태런 에저턴)가 해리 하트(콜린 퍼스)의 도움을 받아 국제 정보조직 킹스맨의 요원으로 성장하고, 인류를 학살하려 했던 악당 리치몬드 발렌타인의 위협으로부터 세계를 지킨다는 점이 전편의 주요 내용이었다. 2편에서는 ‘골든 서클’이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조직이 발사한 미사일에 의해 킹스맨 본부가 폐허가 되고, 에그시는 다시 오갈 데 없는 존재가 된다(하지만 그의 곁에는 멀린이 있다). 그야말로 완전한 리셋이다. 에그시와 멀린(마크 스트롱)은 조력자를 찾아 미국으로 향한다.

Mission 2. 킹스맨의 ‘미국 사촌’들을 눈여겨볼 것

이번에는 미국이다. <골든 서클>에서 우리는 킹스맨의 ‘미국 사촌’들을 만날 전망이다. 킹스맨 본부가 폭파된 뒤, 에그시와 멀린은 ‘최후의 날’ 규약에 따라 발견된 위스키병에서 ‘미국 켄터키’라는 키워드를 얻고, 미국에 위치한 킹스맨의 동맹 첩보조직인 스테이츠맨의 존재를 알게 된다. 킹스맨과 스테이츠맨은 서로를 불신하던 관계에서 벗어나 악당조직 골든 서클의 위협을 막아내기 위해 힘을 합친다. 스테이츠맨의 수장 샴페인 역으로 <킹스맨> 프랜차이즈에 합류하게 된 미국 배우 제프 브리지스의 말이 킹스맨과 스테이츠맨의 차이를 짐작할 수 있는 좋은 힌트가 되어준다. “이 영화는 영국인의 클리셰와 미국인의 클리셰를 합쳐놓는다. 영국인과 미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파헤치면서 잘못된 기대를 깨뜨리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 옷부터 그렇다. 킹스맨은 맞춤 양복을 입고 우린 청바지를 입는다.” 고급 양장점을 운영하며 신사의 품격을 전수하는 킹스맨과 달리 주류사업으로 돈을 버는 스테이츠맨들은 보다 대담하게 돈을 쓰며 행동 또한 거칠다. 태런 에저턴은 이번 영화에서 스테이츠맨의 휘황찬란한 양조장과 제트기를 보고 깜짝 놀라는 에그시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이처럼 예의보다는 실용을 더 중시하는 ‘미국 사촌’들을 할리 베리, 채닝 테이텀, 제프 브리지스, 페드로 파스칼이 연기한다. 할리 베리는 기술 전문가 진저를, 채닝 테이텀은 주말마다 파티와 약물을 즐기는 거친 요원 데킬라를, 페드로 파스칼은 일급 현장 요원 위스키를 맡았다. 눈치챘겠지만 이들의 활동명은 술 이름이다.

Mission 3. 에그시의 성장을 기대할 것

남자 버전의 현대판 <마이 페어 레이디>라 불러야 할까. <시크릿 에이전트>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에그시의 성장을 지켜보는 데 있었다. 거리의 소년이었던 에그시가 맞춤 정장을 입은, 단호하고 날렵한 액션을 선보이는 신사로 거듭났을 때의 쾌감이 굉장했다.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태런 에저턴은 의류 브랜드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무명배우에서 할리우드의 라이징 스타로 단숨에 성장했다. 태런 에저턴에 따르면, <골든 서클>의 에그시는 “이전보다 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을 뿐이지 여전히 에그시다운”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그는 여전히 하수도로 도망쳐 오물을 잔뜩 묻힌 상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성장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은 “해리 하트가 아닌 에그시 스타일”이 존재해야 할 이유라고 태런 에저턴은 말한다. 물론 전작에 비해 달라진 점은 있다. 에그시는 그의 새로운 트레이드마크가 될 오렌지 슈트를 입고, 전편에서 임무 수행 도중 만난 스웨덴 공주와 로맨틱한 관계를 유지한다.

Mission 4. 새로운 악당 포피를 두려워할 것

“스파이영화는 악당이 멋질수록 좋다.” 매튜 본의 말대로, 새뮤얼 L. 잭슨이 연기하는 악당 리치몬드 발렌타인과 그의 수하 가젤의 존재는 <시크릿 에이전트>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맥도널드 해피밀 세트를 사랑하는 래퍼 스타일의 악당과 칼이 달린 근사한 무쇠 다리로 무엇이든 베어버리는 빌런의 조합이 인상적이었다. <골든 서클>의 악당은 줄리언 무어다. 그녀가 연기하는 포피는 ‘골든 서클’ 조직의 리더로, 울창한 정글에 1950년대 스타일의 건물을 짓고 살며 마약을 합법화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매튜 본은 포피 애덤스를 “제정신이 아닌” ‘스텝포드 와이프’와 마사 스튜어트에 비유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포피는 ‘가정의 천사’ 같은 미소를 띠고 잔인한 악행을 계획하는, 리치몬드와 마찬가지로 반전 있는 악당일 가능성이 높다. <싱글맨>에 함께 출연한 콜린 퍼스의 추천으로 <골든 서클>에 합류하게 되었다는 줄리언 무어는 그녀가 연기하는 포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재미있는 캐릭터이고 확실히 사이코패스다. 나는 그녀의 욕망이 마음에 들었다. 포피는 무엇보다 비즈니스 우먼이고 자신의 뛰어난 감각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또한 미국 대중문화에도 관심이 많아서 그런 문화를 그리워하고 되찾길 원한다. 그녀의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끼고자 하는 그녀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 부분이 흥미로웠다. 매우 영국적인 스파이 세계에 클래식한 미국적 관념을 버무린 것이다.”

Mission 5. 해리의 귀환을 반길 것

해리 하트가 돌아온다. 앞서 공개된 <골든 서클> 예고편에서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줬던 한 장면은 검은 안대를 한 해리가 면도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해리는 발렌타인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죽는다. 해리의 퇴장은 에그시가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의 변치 않는 법칙을 보기 좋게 배반한 좋은 예로 자리잡았다. 그런 그의 귀환에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지 기대하는 것도 <골든 서클>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매튜 본은 이 영화의 해리가 “우리가 아는 그 모습”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해리 하트지만, 더이상 갤러헤드(킹스맨의 활동명)가 아니다. (중략) 이제 그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에그시다. 누구도 그에게 에그시 같을 수는 없다.” 모두가 해리와 에그시의 애틋한 재회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골든 서클>은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낳은 사연을 비중 있게 풀어놓을 예정이다. 무엇보다 해리에게 경쟁자가 생긴다. 스테이츠맨의 일급 요원 위스키가 그다. 해리가 부재하는 사이 에그시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위스키의 존재는 해리와 에그시의 친밀한 관계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페드로 파스칼은 말한다.

Mission 6. 매튜 본의 도발을 즐길 것

“1편이 도발적이라면 2편은 얼굴에 곧바로 날리는 강펀치라고 할 수 있다. 1편보다 더 심기를 건드리는 영화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골든 서클>에 대한 태런 에저턴의 말이다. 주연배우가 자신이 출연한 영화에 찬사를 보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 작품의 전형적이지 않은 이야기 전개와 예상을 뛰어넘는 설정에 대해서는 <골든 서클>에 출연한 대다수 배우들이 중요한 미덕으로 지적하고 있다. 해리를 연기한 콜린 퍼스 역시 이 영화가 “1편으로부터 파생된 것이 아니라 완전히 특별하고 그 자체로 완성도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더불어 <골든 서클>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매튜 본은 이 작품이 1편과 3편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영화가 될 거라 예고했기 때문이다. 그는 <골든 서클>을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타워즈 에피소드5: 제국의 역습> 같은 존재라고 비유했다. “내가 네 아버지다”라는 그 유명한 반전이 존재하는 영화 말이다. 관객의 예상을 넘어서는 속편을 만들고 싶다던 매튜 본은 <골든 서클>을 통해 어디까지 나아갔을까. 더불어 3편을 기다리게 할 2편이라면, 또 얼마나 충격적인 반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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