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니던 소년 현우(김현우)는 부모와 상의해 장래희망을 써내라는 숙제를 하다가 고민에 빠진다. ‘우리 아빠의 직업은 뭘까?’‘나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 걸까?’ 유년 시절에 누구나 한번쯤 골머리를 앓았을 평범한 질문 앞에서 현우는 울상을 짓는다. 그는 아빠의 직업란에 ‘노동운동가’라 적을지 말지 고민한다. 아빠는 현우가 노동운동가가 되길 바라지만 ‘지도자’ 정도의 단어로 타협하기로 한다. 결국 현우는 장래희망란에 ‘CEO’라고 적는다. 다큐멘터리 <안녕 히어로>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로 무려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동료들과 함께 복직을 위해 노동운동을 이어온 김정운씨 가족의 일상을 시간 순서대로 차근차근 기록한 영화다.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이 다큐멘터리는 김정운씨가 아니라 그의 아들 현우의 일상과 성장에 주목한다. 현우는 노동, 해고, 투쟁과 같은 단어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던 어린 시절부터 아빠 손을 잡고 투쟁 현장에 따라나가 세상을 배운다. 그런 그가 사춘기를 거치면서 아빠가 하는 일에 대해, 아빠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에 대해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현우의 눈에 비친 아빠는 눈만 뜨면 뉴스를 들여다보고, 가끔 뉴스에 등장하기도 하며, 밤낮으로 돈도 안 되는 성명서만 쓰다가 심지어 교도소까지 다녀오지만, 세상을 바꿔나갈 힘을 어떻게 축적해나가는지, 부조리한 세상에 어떻게 대항하는지 몸소 보여주는 존재다. 한편의 다큐멘터리로서 기록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데도 모자람이 없는 영화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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