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가리느라, 귀를 막느라 양손이 분주한 공포영화. 허정 감독의 신작 <장산범>은 오랜만에 사운드가 선사하는 공포를 만끽할 수 있는 호러영화다. 인간의 목소리를 흉내내 사람을 홀린다는 괴수, 장산범에 얽힌 괴담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가장 익숙한 목소리가 가장 두려운 존재로 변모하는 순간의 서스펜스로 관객을 공략한다. <장산범>의 음향효과는 영화 사운드 스튜디오 블루캡이 담당했다. 블루캡의 문철우 팀장은 <장산범>을 “처음부터 소리가 중요한 영화라는 점이 너무나 분명”했기 때문에, 김석원 대표를 포함해 블루캡의 많은 직원이 “개봉 직전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할 만큼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라고 <장산범>에 대한 소회를 밝힌다.
문철우 팀장이 <장산범>의 음향효과를 맡으며 가장 주목한 건 괴담 속 존재, 장산범의 목소리를 구체화하는 작업이었다. 그는 많은 이들의 목격담에 등장하는 장산범이 ‘하얀 털을 뒤집어쓴 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호랑이를 비롯한 고양잇과 동물의 소리를 장산범의 목소리에 반영했다. “호랑이 소리를 그대로 넣으면 만화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아 관객이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미세하게 고양잇과 동물의 소리를 다양하게 변형하는 작업”을 거쳤다고. 장산범에게 홀린 이들이 향하는 동굴에서 나는 사운드를 디자인하는 것도 음향효과팀의 큰 과제였다. “동굴이 무너지는 소리, 적막함을 표현하기 위한 무음 등” 다양한 시도를 한 끝에 음향효과팀이 선택한 건 “많은 소리들이 떠도는” 설정이었다. “동굴 장면에서는 나름대로 테마를 정하고 작업했다. 소곤거리다가 조용해지고 할머니 목소리가 나오고 웃음소리만 들리기도 하고. 장산범이 점점 더 가까이 온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후반으로 갈수록 호랑이 소리를 많이 포함시켰다.”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한 문철우 팀장이 영화음향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교내의 ‘포스트 프로덕션’ 학회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영화 음향 전문가인 박주강 IMS 대표의 소개로 단편영화의 동시녹음 작업에 참여하게 된 그는 “소리에 따라 영화의 느낌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체감한 뒤 영화음향의 매력에 빠졌다. <아가씨>에서 숙희(김태리)가 히데코(김민희)의 이를 갈아주는 장면을 촬영할 때에는 치과에서 이를 구해 골무로 갈아보고, <우는 남자>의 총소리를 디자인할 때는 직접 사격 연습을 하며 녹음하는 등 작품마다 최적의 음향을 이끌어내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거듭한다고 한다. 그의 차기작은 <아이 캔 스피크>. 관객이 영화의 드라마를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는 음향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도 “소리보다 영화가 우선”이라는 그의 원칙에 충실한 사운드를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휴대용 녹음기
“매일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다니며 길을 걷다가 특별한 소리를 들으면 녹음한다. 한번은 자다가 일어나 동네 사람들이 싸우는 소리를 녹음한 적도 있다. (웃음) 어떤 소리는 소스를 활용할 때보다 직접 녹음했을 때 더 생동감 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직접 녹음한 소리를 쓸 때의 희열이 있다.”
블루캡 작업 작품 2017 <아이 캔 스피크> 2017 <장산범> 2016 <아가씨> 2016 <가려진 시간> 2016 <덕혜옹주> 2016 <인천상륙작전> 2015 <암살> 2014 <4등> 2014 <쎄시봉> 2014 <우는 남자> 2013 <더 테러 라이브> 2013 <조선미녀 삼총사> 2013 <숨바꼭질> 2013 <협녀, 칼의 기억> 2012 <은교> 2012 <전설의 주먹> 2012 <도둑들> 2012 <연가시> 2011 <마이웨이> 2011 <고지전> 2011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2010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