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여배우는 오늘도> 배우 문소리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하고 주연을 맡은 영화
2017-09-13
글 : 김성훈

소리(문소리)는 한때 트로피를 독차지하다시피해 연기파 배우로 불렸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가 들어오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는 ‘중견 여배우’다. 그럼에도 어딜 가나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등산복 대신 패딩 점퍼를 입고 산에 오른다. 하산할 때 아는 제작자(원동연) 때문에 싫은 내색 없이 모르는 남자들과 술자리에 합석해야 하고, 은행 대출을 받을 때 조차 사인을 몇장씩 해줘야 하며, “치과 의사와 사진 한장 찍으면 임플란트 수술비를 50% 할인받을 수 있다”는 엄마의 간청을 이기지 못해 미용실에 들러 메이크업을 한 뒤 치과로 향하기도 한다. 하나밖에 없는 딸의 육아는 친정 엄마의 몫이다.

배우 문소리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하고 주연을 맡은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는 단편 세편을 합쳐 총 3막으로 구성된 이야기다. 1막은 소리가 등산하러 갔다가 하산하면서 초면인 남자들과 술을 마시는 이야기다. 예의가 없는 한국 남자 때문에 속상해하는 소리에게 친구는 “메릴 스트립처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찍어라”라고 달래지만, 위로가 될 리 없다.

2막은 가정일도 육아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워킹맘’의 고단함을 보여주는데 지인인 감독에게서 받은 ‘특별 출연’ 제안이 당연히 위로가 될 리 없다. 3막에서는 과거 함께 작업했던 이 감독의 장례식장에서 때아닌 예술 논쟁이 벌어지는데 결국 더이상 자신을 찾지 않는 현실을 마주하니 씁쓸해진다.

배역 이름을 자신의 이름 그대로 쓰고, 직접 쓴 시나리오여서일까. 문소리의 자의식과 경험이 반영된 이야기로 보이는 까닭에 영화는 매우 생생하다. 감독이나 제작자 앞에서는 콧소리를 내고, 딸 앞에서는 정색하는 연기 또한 유머러스하다. 남편인 장준환 감독이 극중 소리의 남편으로 출연해 아내에게 미안해하는 장면을 연기할 때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난감한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소리의 민낯은 한국에서 여배우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고단한지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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