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신부인 스미스(프란시스 아노드)는 최근 신과 타인에 대한 믿음에 심각한 회의를 품고 있다. 그렇게 매일 기계적으로 성당을 지키던 스미스는 어느 날 의문의 여자 에스더(안나 울라루)를 만난다.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는 언어로 설명하는 에스더에게 스미스는 저항할 수 없는 이끌림을 느끼고, 결국 그녀의 유혹에 넘어간다. 그런데 이때부터 스미스는 현재와 과거,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이상한 사건에 연루된다. 서로를 요일의 이름으로 부르는 무정부주의자들과 만나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위험한 작전을 시작한 것이다.
헝가리 출신의 발라주 유스트 감독의 첫 장편영화인 <목요일이었던 남자>는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이 1908년에 발표한 동명의 소설에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비밀을 숨긴 무정부주의자들의 음모, 신에 대한 도발적인 질문, 한 개인을 규정하는 정체성에 대한 의심을 담은 이 이야기는 여러 갈래로 해석 가능한 풍성한 의미로 인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리고 유스트 감독은 이 이야기를 과감하게 재해석하여 2차대전 당시 무솔리니로 대표되는 파시즘과 교황으로 대표되는 종교 권력에 문제를 제기하려 한다. 하지만 감독의 야심찬 시도와는 별개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은 관객에게 피로감을 준다. 거의 모든 장면마다 무리한 비약을 통해 강박적으로 반전을 시도하느라 최소한의 일관성과 개연성조차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주인공이 느끼는 혼란과 함께 관객의 몰입도도 점점 떨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