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앤설 엘고트)는 탈출 전문 드라이버다. 은행 강도 등 범죄의 설계자인 박사(케빈 스페이스)에게 약점이 잡혀 일을 하고 있지만 손을 씻고 새로운 생활을 꿈꾼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를 당해 청력에 이상이 생긴 베이비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안정을 유지한다. 어느 날 자주 가는 식당에서 종업원인 데보라(릴리 제임스)를 만나 마음을 나누는 베이비. 하지만 마지막인 줄 알았던 범죄는 그의 발목을 놓아주지 않고 배츠(제이미 폭스), 버디(존 햄), 달링(에이사 곤살레스)과 함께 최후의 한탕을 준비한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에드거 라이트의 재능이 할리우드에 첫발을 디딘 결과물이다. ‘모든 리듬이 액션이 된다’는 홍보문구는 영화의 핵심을 정확히 짚고있다. 일종의 넌버벌 뮤지컬이라고 해도 좋을 이 영화는 케이퍼 무비, 낭만적인 로맨스, 카체이싱 드라이버 영화 등 다양한 재료들을 콜라보하지만 핵심에는 음악이 있다. 에드거 라이트의 플레이리스트라고 해도 좋을 30여곡의 노래에 맞춰 진행되는 카체이싱 시퀀스들은 감각적인 뮤직비디오 같다.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전 음악 <Bellbottoms>의 리듬에 싱크를 맞춘 6분여의 오프닝 시퀀스에 반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뒤이어 <Harlem Shuffle>에 맞춰 커피 심부름을 하는 롱테이크도 재치가 넘친다. 영화 전체가 눈으로 리듬을 즐기는 앨범이라고 해도 좋겠다. 다만 오직 음악과 액션에 방점을 찍기 위해 메인 플롯을 단순화했기 때문에 서사를 중시하는 관객이라면 다소 헛헛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에드거 라이트 특유의 깨알 같은 유머는 여전히 살아 있지만 전작들에 비해 전복적인 쾌감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