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도다리 주변에서 수십년간 살아온 사람들
2017-09-13
글 : 김현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도다리 주변에서 수십년간 살아온 사람들

부산 영도에 변화의 바람이 휘몰아친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침략을 목적으로 건설했던 영도다리 주변은 전쟁통을 겪으며 피난민들이 모여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장소로 자리잡았다. 다리 주변에 신통하기로 소문난 점쟁이들이 모여 터를 잡으며 상실감에 빠진 사람들의 미래를 점치기 시작하자 ‘점바치골목’이란 동네 별칭도 생겨났다. 그 뒤로 수십년간 터를 잡고 살아온 노인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영도대교 복원 개통과 더불어 주변 지역 개발 명목으로 퇴거 명령이 떨어진다. 마침 그 당시 영도 주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던 김영조 감독은 영도가 개발되기 시작하자 풍경이 아닌 사람을 찍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주인공들은 영도다리 주변에서 수십년간 살아온 사람들이다. 집을 잃은 점집 할머니들, 조선소에서 근무하다 직장을 잃은 용접공, 청각을 잃고 평생 물질만 하며 살아온 해녀 할머니 등이 교대로 카메라 앞에 선다. 영도 사람들은 삶의 목적을 뺏겼지만 낙담하지 않고 내일을 모색한다.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현지인의 일상 깊숙한 곳까지 찍어내려간 김영조 감독의 영화에는 지난 몇년간의 영도 지역 개발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기록적인 가치도 높다.



2015년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되어 비프메세나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수상하고 AND배급지원펀드에도 선정되었으나 배급에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 부산 지역 청년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를 통해 빛을 보게 됐다. 상실과 회한의 삶 속에서 침착하게 미래를 그려나가는 연출이 뒤늦게나마 극장을 찾는 관객에게 묵직하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