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승풍파랑> 21세기의 자녀 세대가, 20세기의 부모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시도
2017-09-20
글 : 곽민해 (객원기자)

2022년 차이나 랠리. 우승의 영예를 안은 카레이서 아랑(덩차오)이 카메라 앞에서 아버지 아정(펑위옌)을 힐난한다. 아들이 레이서가 되는 것을 말렸던 그에게 아랑은 당신의 판단이 틀렸다고 말한다. 아랑을 향한 취재진의 열기 뒤로, 씁쓸한 표정의 아버지가 서 있다. 변변찮은 일자리를 전전하며 레이서로 자수성가한 아랑. 그는 감옥살이를 하느라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크다. 아버지와 둘이 있게 된 아랑은 조수석에 그를 태워 달리다 사고를 당하고, 1998년 중국의 어느 골목에서 눈을 뜬다. 아랑은 자신이 사후 세계에 있다고 믿으며, 이곳에서 젊은 시절의 아버지와 우연히 만난다. 이 세계의 아정은 시름에 찌든 노년의 아버지가 아니라 야망으로 가득한 승풍파랑(원대한 포부를 비유하는 사자성어)의 젊은이다. 아랑은 작은 갱단을 이끄는 아정의 동료가 되고, 그토록 미워한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돌아본다.

아랑이 만나게 되는 것이 아버지의 실제 과거인지, 아버지를 이해하려 노력했던 무의식이 낳은 상상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아랑이 지금의 자신과 같이 행복한 미래를 꿈꿨던 아버지를 만나고 그에 대한 오해를 푼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21세기의 자녀 세대가, 20세기의 부모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무겁게 흐를 수 있는 주제에도 불구하고 유쾌한 코미디의 톤을 유지한다. 아버지에게 지금의 연인 소화(조려영) 대신 어머니 소정을 만나게 하려고 잔꾀를 부리다 당하는 등 미래를 아는 아랑이 미래에 개입하려다 되레 화를 입는 순간들이 재미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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