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자존감’ 없는 아버지가 아들과 동행한 여행
2017-09-20
글 : 홍은애 (영화평론가)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는 47살의 브래드(벤 스틸러)는 평범한 중산층의 가장이다. 그는 잘나가는 (돈, 명예, 권력을 가진) 대학 동창들의 SNS를 보면서 심하게 열등감을 느끼고 자신이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괴로워한다. 그는 아들 트로이(오스틴 에이브럼스)의 대학 입학을 위해 아들과 함께 보스턴으로 캠퍼스 투어를 떠난다. 아들에게 하버드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명문대 졸업 후 성공한 아들의 미래를 상상하며 위안을 얻는다. 한편으로 그러한 아들이 자신을 외면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하지만 아들의 착각으로 입학 면접 기회를 놓치게 되자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동창에게 연락해서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는 오늘날 소셜 미디어의 사용으로 남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만을 중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느끼는 박탈감을 브래드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자존감’ 없는 아버지가 아들과 동행한 여행에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는 이야기다. 마이크 화이트 감독은 브래드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내레이션을 통해 들려준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메시지를 벤 스틸러의 연기를 통해서 코믹하게 연출했다. 하지만 지나친 내레이션 사용과 상상 속 장면의 과잉이 오히려 영화의 흐름에 방해가 된다. 또한 행복의 기준이 물질만이 아니라는 설정은 너무 당연한 결말이어서 아쉽게 느껴진다. 영화의 마지막 한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면 엔딩 타이틀이 다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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