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 달라스(에리카 린더)는 스웨덴을 떠나 미국으로 와서 지붕 수리공으로 일하고 있다. 지붕 수리공은 아버지의 직업이었다. 이성애자 재스민(내털리 크릴)은 결혼을 앞둔 패션지 에디터다. 재스민의 약혼자가 출장을 간 동안 재스민은 클럽에 갔다가 우연히 달라스를 만나고, 재스민과 달라스, 둘은 첫눈에 반한다.
<빌로우 허>는 줄거리가 간단한 러브 스토리다. 사건 전개나 캐릭터 설정보다는 감정 묘사가 더 중요한 이야기다. 두 주인공의 성 정체성을 다르게 설정해 둘의 사랑을 동성애에 한정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하는 일도, 자라온 환경도, 성 정체성도 각각 다른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말보다 몸으로 나누는 사랑을 비중 있게 다룬다. 감독, 프로듀서, 촬영감독, 동시녹음 등 현장의 주요 스탭 모두 여성으로 꾸려진 덕분에 영화 속 섹스 신은 여성의 육체를 전시하거나 단순한 눈요깃감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선을 섬세하게 따라갈 수 있도록 연출됐는데, 이것은 둘의 감정을 농밀하게 전달한다. 두 주연배우가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고 담백한 호흡을 보여주는 것도 그래서다. 특히 스웨덴 출신 모델로 연기 경험이 전무한 에리카 린더는 눈빛이 깊고 몰입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어 인상적이다.
이 영화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배우로 활동하다가 <데드 비포 던 3D>(2012), <88: 살인자의 기억법>(2014) 등을 연출한 에이프릴 뮬렌 감독의 신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