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범죄도시> 2004년 서울에서 벌어진 사건을 극화했다
2017-09-27
글 : 이용철 (영화평론가)

2004년 서울에서 벌어진 사건을 극화했다. 중국에서 활동하다 피신한 장첸(윤계상) 일당이 극악무도한 방식으로 가리봉동 일대 지하세계를 장악한다. 강력반 형사 마석도(마동석)와 동료들은 지역의 안녕을 도모하기 위해 ‘눈에는 눈’의 방식으로 소탕 작전을 개시한다. <범죄도시>는 <사생결단>(2006) 이후 주류 장르로 자리잡은 범죄액션영화를 지향한 작품이다. 그런데 인물의 남다른 성격이 이 영화를 다른 데 위치시킨다. 마동석의 외모와 과격한 성격이 결합된 석도라는 인물은 형사라기보다 슈퍼히어로에 가깝다. 그는 악당과 대결하자마자 상대를 손쉽게 때려눕히고 만다. 한명의 슈퍼히어로가 온갖 활약을 펼칠 동안 주변의 평범한 인물들이 영화가 현실감을 갖도록 힘쓰는 영화가 <범죄도시>다. 석도라는 인물이 너무 과장돼 비현실적으로 비치는 반면 조선족 폭력배를 모델로 한 장첸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제작진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의 쉬거(하비에르 바르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하나, 기실 장첸은 영혼의 공허와 소외를 표현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는 돈을 위해서라면 어떤 흉악한 범죄도 무표정한 얼굴로 저지른다. 근래 한국영화에서 조선족은 고운 시선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돈에 죽고 산다는 인식이 하나의 집단에 거대한 올가미를 씌우고 있는 셈이다. 역으로, 장첸은 범죄자 이전에 돈을 벌기 힘든 약자가 괴물로 변신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은유이기도 하다. 그를 보노라면 폭력의 신이 자본주의의 한 극단을 지배하는 것 같다. 괴물의 범죄에 몸서리치고 영웅의 활약에 안도하는 동안 연민과 근심이 끝내 사라지지 않는 건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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