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델리] 구습을 풍자하는 영화부터 여성 캐릭터가 빛나는 영화들 선보여
2017-10-10
글 : 정인채 (델리 통신원)
인도에도 다양성의 바람이 분다
<시믈란>

최근 인도영화의 다양성이 빛을 발하는 중이다. 발리우드 외에도 다양한 지역 영화를 포괄하는 것이 인도영화 시장의 특징이지만 주류인 마살라 장르에 편향되지 않으려는 시도가 이어지며 소재 면에서도 신선함을 더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은 악샤이 쿠마르가 출연한 <토일렛: 에크 프렘 카타>다. 알 만한 사람들은 알지만 인도의 시골에는 화장실이 없다. 그만큼 환경이 낙후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전통적으로 화장실 자체가 집 안에 들이기에 불결한 장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화장실 부족이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로 이어지며 최근 사회문제로 부각되기도 하는데, <토일렛: 에크 프렘 카타>는 바로 이러한 현실을 기발하게 풍자한 코미디극이다. 신부가 쓸 화장실을 마련하려는 늦깎이 신랑 케샤브(악샤이 쿠마르)가 이에 격렬히 반대하는 아버지와 대립한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구습에 대한 재치 있는 항변이자 세련된 반항을 담는다. 더불어 인도영화의 다양성을 빛내는 또 다른 작품이 <퀸>(2014)으로 주목받은 배우 캉가나 라나우트의 신작 <시믈란>이다. 이 영화는 미국에 살던 한 인도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앞날이 창창한 여성이 재산을 주식 투자에 올인했다가 모두 잃고, 또한 라스베이거스에 들렀다가 도박의 맛을 경험한다. 그때부터 그녀를 둘러싼 모든 일이 급변한다. 모든 일을 뒷전으로 미룬 채 도박꾼이 된 그녀는 곧 그 운이 다하고 큰 도박 빚까지 진다. 거기에서 머물지 않고 빚을 갚기 위해 범죄에 가담해 은행털이범이 된다. 영화의 모델이 된 실제 여성은 2014년 체포되어 징역 5년6개월에 훔친 금액 모두를 변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사회상을 반영하듯 최근 인도영화계에도 다수의 작품에 새로운 히로인을 등장시키고 있는데, 한정된 배역과 전통적인 여성상을 탈피해가는 여성 캐릭터의 등장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3대 칸은 있는데, 3대 라니(퀸)는 없었다. 인도 여배우들의 마스크는 물론이고 연기력 역시 세계적으로 진즉 인정받아온 바, 인도에서도 여자배우들의 전성 시대가 오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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