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어메이징 메리>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태어난 소녀
2017-10-11
글 : 장영엽 (편집장)

메리(매케나 그레이스)는 남다른 소녀다. 친구들이 덧셈과 뺄셈을 배울 때, 메리는 미분과 적분을 풀고 세계 경제의 앞날을 예측한다. 그녀의 비범함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메리의 어머니 다이안은 인류에 주어진 7대 수학 난제 중 하나에 도전했던 세계적 천재였으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이안의 오빠 프랭크(크리스 에반스)는 조카 메리가 여동생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라며 메리와 함께 플로리다의 해안가에서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시간이 흐르고 메리가 성장하며 소녀의 재능은 일상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던 어느 날, 보스턴에 머물고 있던 프랭크의 어머니 에블린(린제이 덩컨)이 찾아온다. 손녀가 수학에 대한 딸의 재능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사실에 기뻐하던 에블린은 아이를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겠다며 양육권 소송을 벌인다.

할머니와 삼촌이 천재 소녀를 서로 키우겠다고 법적으로 다투는 이야기. <어메이징 메리>를 관통하는 갈등의 중심축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느 한쪽을 악인으로 묘사하지도, 법정 소송을 드라마틱한 필치로 그려내지도 않는다. 그저 어쩌다보니 다른 사람들보다 더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태어난 소녀와 그 소녀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의 일상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500일의 썸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마크 웹 감독은 재능보다 더 반짝이는 일상의 순간들을 포착하는 데 능한데, 그 순간들을 반짝이게 하는 가장 큰 공은 ‘어메이징 메리’를 연기하는 아역배우 매케나 그레이스에게 있는 것 같다. 너무 빨리 커져버린 머리와 천진난만한 소녀의 마음을 동시에 표현할 줄 아는 이 배우의 재능은 어린 시절의 다코타 패닝에 견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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