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주키퍼스 와이프> 게토의 유대인들을 동물원에 숨길 계획을 세운다
2017-10-11
글 : 이주현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안토니나(제시카 채스테인)와 얀 자빈스키(요한 헬덴베르그) 부부가 운영하는 폴란드 바르샤바 동물원도 폭격을 당한다. 심지어 독일군은 이들의 동물원을 무기고로 사용하고, 자빈스키 부부와 친분이 있는 히틀러의 수석 동물학자 헥(다니엘 브륄)도 동물원을 제집처럼 드나들기 시작한다. 무장한 독일군이 상주하는 상황에서 부부는 게토의 유대인들을 동물원에 숨길 계획을 세운다. 게토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실어날라 돼지농장을 운영하면서, 쓰레기 더미 속에 유대인을 숨겨 빼내오는 것이다. 이 위험한 계획은 게토와 바르샤바 시내가 불탈 때까지 실행된다.

이 기적 같은 이야기는 실화다. 바르샤바 동물원과 자빈스키 빌라에 머물면서 목숨을 구한 유대인은 300명가량이며 재건된 바르샤바 동물원은 지금까지도 운영 중이다. 원작은 다이앤 애커먼이 쓴 동명의 전기인데, 작가 애커먼은 안토니나 자빈스키가 전쟁 당시 쓴 일기를 바탕으로 세상의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긴 한 용기 있는 여성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람과 다르게, 동물들의 눈을 보면 그 마음까지 훤히 보인다”고 말하는 안토니나는 특별한 자신만의 동물 치유 능력을 상처받은 유대인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데에도 사용한다. 아쉬운 건 영화가 주변의 사건과 인물을 두루 챙기느라 안토니나의 용기 있는 행동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드러나지 않은 역사 속 위대한 여성에 대한 조명이라기엔 안토니나 캐릭터가 부각되지 못한다. <웨일 라이더>(2002), <노스 컨츄리>(2005) 등을 만든 여성감독 니키 카로가 연출하고 제시카 채스테인이 제작자로도 참여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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