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히든 아이덴티티> 스톤허스트 정신병원의 미스터리
2017-10-11
글 : 곽민해 (객원기자)

옥스퍼드 의과대학 출신의 예비 의사 뉴게이트(짐 스터지스)는 견습 과정의 일환으로 약물 치료를 배우기 위해 스톤허스트 정신병원으로 향한다. 병원장 램 박사(벤 킹슬리)는 그에게 이 병원이 유럽 명문가 사람들만 있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그레이브스 부인(케이트 베킨세일)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 중 하나다. 부인에게 남편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뉴게이트는 부인에 대한 마음을 키운다. 영화는 정신질환에 대한 정의나 치료 방법이 발달하지 않았던 19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스톤허스트 정신병원의 미스터리를 그린다. 뉴게이트의 눈에는 환자만큼 의사들도 어떤 광기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램 박사는 약물 치료를 거부하는 급진적인 치료 방법을 주장하고, 자신이 진짜 원장이라고 말하는 솔트 박사(마이클 케인)는 고문 수준으로 환자에게 고통을 가하는 치료 방식을 고집한다. 때문인지 이들의 진료 풍경은 병원보다 종교 집단의 그것과 더 닮아 있다. 뉴게이트는 이 병원에서 유일하게 합리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이 병원의 비밀을 알고 있는 그레이브스 부인과 함께 병원을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환자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고상한 이들이 풍기는 이질감, 어느 순간부터 의사와 환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기묘한 풍경이 영화에 긴장을 불어넣는 요소다. 결말에 와서야 드러나는 깜짝 반전은 가볍지만 유쾌하다. 관객은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의 일부만 가지고 믿음을 갖지 말라”는 오프닝의 대사를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될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치료법>을 각색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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