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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땐뽀걸즈> 이승문 감독 - 춤추는 순간의 충만함으로
2017-10-12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땐뽀걸즈>는 ‘땐’스 스‘뽀’츠를 추는 거제여상 학생들의 사연을 따뜻하게 그린 다큐멘터리다. 이들에게 ‘땐뽀’는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가 아니다. ‘땐뽀’가 취업을 앞둔 각박한 현실을 잊게 해주거나 또는 고민을 해결해준다는 판타지는 더더욱 없다. KBS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승문 PD는 “파업 기간에 영화가 개봉해 동료들에게 조심스러운 동시에 개봉을 앞두고 관객이 영화를 어떻게 봐줄지 긴장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거제 조선소가 쇠락하는 풍경을 기록하기 위해 거제에 갔다가 거제여상 땐뽀반을 알게 됐다고 들었다.

=지난해 6월 거제 조선업이 몰락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그 안에서 노동자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여러 노동자들을 사전 취재했었는데 그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사연을 듣는 프로그램이 많아 다른 시도를 하고 싶었다. 바닷가 근처를 달리다가 거제여상을 보게 됐고, 학교에 전화를 하고 찾아갔더니 ‘땐뽀반’을 만날 수 있었다. 이규호 선생님이 밤늦게 연습이 끝난 뒤 집에 가는 아이들에게 교통비를 주는 모습을 보니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땐뽀반의 어떤 면모 때문에 카메라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나.

=땐뽀반 학생들이 평소에는 휴대폰을 하고, 유행어를 쓰는 모습이 다른 여고생들과 똑같은데 댄스 스포츠 연습만 하면 눈빛이 싹 바뀌면서 진지해지더라. 그 열정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또 하나는 아이들과 이규호 선생님의 관계가 격의 없었던 점이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도 되게 자연스럽고, 선생님 또한 아이들과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느낌이었다. 무척 신기했다.

-아이들에게 댄스 스포츠는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가 아니고, 댄스 스포츠가 모든 걸 해결해준다는 판타지가 없다는 점에서 이야기가 신선하더라.

=새로운 시도를 하겠다고 뛰어들었지만 나도 모르게 주인공이 있어야 하고, 댄스 스포츠로 상을 받아야 한다는 관성에 젖어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댄스 스포츠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목적 때문이 아니다. 춤을 추는 순간 느끼는 감정에 충실한 모습과 그 순간 선생님, 친구들과의 관계가 확장되는 모습이 크게 와닿았다.

-이들의 사연이 생생하고 솔직하게 담길 수 있었던 비결은 이규호 선생님의 헌신적인 사랑 덕분인 것 같다.

=선생님의 교육은 무조건 안 된다고 하기보다는 작은 약속들을 하나씩 지키는 방식이었다. 이규호 선생님은 제자들의 삶에서 필요한 것들은 아무 조건 없이 지지해주되 권위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댄스 스포츠를 가르치신다. 특히, 배우는 속도가 느리고 사연이 많은 친구들의 목소리에 유독 귀를 많이 기울이셨다. 연습할 때는 존댓말로, 사석에서는 반말로 하는 원칙도 엄격했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나보다.

=올해로 7년차 PD인데 지난 7년 동안 KBS 조직은 수평에서 수직으로 관료화 됐다. 선배였던 사람이 상사가 되고, 함께 나눴던 얘기가 검열의 사유가 되면서 창의력이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전멸됐다. 편하고 쉬운 작업을 본능적으로 찾게 되면서 결과물이 규격화되었다. 그러면서 더이상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지 않게 됐다. 지금은 <땐뽀걸즈>를 촬영했던 카메라감독과 함께 역사적인 파업을 매일 기록하고 있다. 모든 것을 무너뜨린 뒤 프로그램만 놓고 서로 잘났네 하는 조직으로 재편되길 바라고,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시청자들에게무료로 좋은 콘텐츠를 선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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