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주성철 편집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오우삼, <세 번째 살인>과 <맨헌트>
2017-10-13
글 : 주성철

“나이가 들어갈수록 ‘왜?’라는 질문이 늘어납니다”라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세상은 왜 계속 나빠져가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그는 심지어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왜 내려가지 않는가”라는 질문까지 던지며,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정반대로 되어가기에, 그런 변화가 그의 작품 세계에도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처럼 지난호 에디토리얼에서 예고했듯, 허지웅 평론가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기행문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인터뷰를 이번 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일본에서 ‘동쪽의 교토’라 불리는 가마쿠라 지역과 에노시마섬의 정취를 근사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가마쿠라는 도쿄에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다. 평소에도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곳이기도 한데, 하필이면 허지웅과 <씨네21>이 함께 찾았던 날이 9월 셋쨋주 월요일인 일본의 ‘노인의 날’이어서 주말보다 관광객이 곱절은 많았다.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에서 9월 8일 개봉한 신작 <세 번째 살인>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잔뜩 상기돼 있었다, 고 말하면 거짓말이고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는 것”이라며 그 특유의 온화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한 뒤 줄곧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머무르며 어느덧 흥행수익 10억엔을 돌파했다. 포스터에서 붉은색 영화 제목과 함께 평화롭게 눈싸움을 하는 야쿠쇼 고지, 후쿠야마 마사하루, 히로세 스즈 등 세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낯설지만 ‘서스펜스 대작’이라는 홍보문구처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변화가 무척 궁금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이제 막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하고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후쿠야마 마사하루도 부산을 찾을 예정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는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또 다른 출연작도 있다. 바로 오우삼 감독의 귀환으로 주목받고 있는 <맨헌트>다. <삼국지>를 영화화한 대작 시대극 <적벽대전> 연작과 ‘중국판 <타이타닉>’이라 불리는 <태평륜> 연작을 거치며, 어느덧 칠순을 넘긴 그에 대한 기대를 고이 접어 나빌 다고 생각했는데, 신작 <맨헌트>의 포스터에는 그의 상징과도 같은 흰 비둘기가 떡하니 자리해 있다. 역시 그의 상징과도 같은 두 남자의 맞잡은 손도 보인다. <맨헌트>는 일본 배우 다카쿠라 겐에게 바치는 헌사의 의미로, 그의 대표작이었던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1976)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그의 팬이라면 가슴이 들끓게끔 오우삼이 과거의 현대 누아르 세계로 복귀한 작품으로 관심을 모은다. 이른바 ‘홍콩 출신’ 배우들이 눈에 띄지 않아 아쉽지만, 과거 쇼브러더스 영화에도 출연했던 구라다 야스키가 출연해 건재함을 과시했다고 한다. <곡성>의 구니무라 준도 출연하는데, 그는 과거 오우삼의 <첩혈속집>에 출연해 가공할 총격전을 벌인 기억이 있다. 아무튼 반갑게도 오우삼 또한 부산을 찾아 핸드프린팅 행사를 가진다.

그렇게 보고 싶은 영화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올해 역시 많다. 이제 곧 부산행 KTX에 몸을 실을 예정이다. <씨네21>은 올해도 영화제의 마지막까지 공식 데일리를 발행한다. 부산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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