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아이 앰 히스 레저> 카메라 앞에서도 뒤에서도 활약한 열정적인 아티스트
2017-10-18
글 : 임수연

“짧은 시간 동안 그린 궤적이었지만 눈부신 궤적이었다.” 28살에 세상을 떠난 히스 레저는 카메라 앞에서도 뒤에서도 활약한 열정적인 아티스트였다. 그는 연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약했다. 빛의 노출을 계산하던 포토그래퍼였으며 친구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다. 사생활 면에서도 그는 쾌활하고 사람을 좋아했다. 히스 레저가 살아생전 직접 찍은 각종 영상과 주변 인물의 인터뷰를 토대로 제작된 인물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는 고인의 에너제틱한 면모에 포커스를 맞춘다.

어려서부터 긴장감이 없는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그는 필연적으로 누구든 될 수 있는 연기에 흥미를 느꼈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자신의 얼굴을 다르게 찍는 법을 고민하던 신인이 금세 할리우드에서 배짱 있고 재능 있는 배우로 주목받는 과정은 일종의 짜릿함까지 선사한다. 영화는 그가 배우로서의 커리어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유의미한 성취를 거뒀다는 것을 주변 인물의 증언을 통해 보여준다. <다크 나이트> 당시 자신의 촬영이 없을 때도 현장에 나가 크리스토퍼 놀란의 연출을 보고 배우려 한 그를 <아임 낫 데어>의 에드 래크먼 촬영감독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전달해 영화적 이야기로 바꿀 능력이 있었”던 예비 감독으로 평가한다. 그렇게 청춘의 열정이 보여줄 수 있는 근사함을 낙관적으로 보여준다. 극도의 중압감을 느꼈던 히스 레저의 내면 깊은 곳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다소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감은 있지만, 비극적 죽음이 주는 무게에 가려져 미처 우리가 주목하지 못했던 히스 레저의 맨 얼굴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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