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열정은 번아웃, 월급은 로그아웃
2017-10-18
글 : 이주현

“사람은 무엇을 위해 일하는 걸까. 만약 살기 위해 일하는 거라면 나는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던 그날도 다카시(구도 아스카)는 회사의 부장에게 정신없이 혼이 났다. 계속되는 야근과 실적에 대한 압박으로 의욕을 상실한 지도 오래다. 하지만 영업부 신입사원 다카시는 어렵게 얻은 정규직이라는 자리를 내칠 용기가 없다. 그렇게 번아웃 상태로 귀가하다 지하철 선로로 떨어질 뻔한 다카시를 야마모토(후쿠시 소우타)가 구해준다.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야마모토는 다카시의 삶에 활력소가 되고, 다카시가 힘들 때마다 귀신같이 나타나 그의 손을 잡아준다. 그러던 어느 날 다카시는 하와이안 셔츠에 반바지 차림을 하고 늘 싱글벙글 웃는 야마모토가 실은 3년 전에 죽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어렵게 얻은 정규직 자리이기에 기꺼이 회사의 노예가 되려는 다카시의 태도는 주말만을 기다리며 희망 없이 살아가는 일본의 청년세대를 대변한다. 영화의 원작 소설은 일본 직장인들의 공감을 크게 얻어 베스트셀러가 됐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 떠오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미스터리한 존재 야마모토를 통해 좀더 드라마틱한 반전의 서사를 준비한다. 그 미스터리 구조가 희망을 얘기하는 결말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장치이긴 하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로도 작동한다. 더불어 일본의 조직문화에 대한 극단적 묘사도 낯설게 다가온다.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후쿠시 소우타, 구로키 하루 등은 이번에도 매력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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