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알랭 헤르난데즈)는 러시아 갱단에 잠입한 경찰이다. 매춘과 총기 거래를 주로 하던 갱단은 스위스 은행의 비밀금고를 털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빅터는 자신만의 독특한 탈출 기술을 내세워 조직의 신뢰를 얻고 작전 멤버로 발탁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오랜 친구 라피도(하비에르 구티에레즈)를 만나 위기에 빠진다. 마약에 빠져 있는 라피도는 빅터를 수시로 압박하며 자신에게 한몫 챙겨줄 것을 강요한다. 갱단의 소탕을 바라는 경찰서장, 새로운 삶을 꿈꾸는 라피도, 정체를 들킬 위기에 처한 빅터까지, 각기 다른 목적을 숨긴 이들의 최후의 은행털이가 시작된다.
은행털이를 중심으로 한 하이스트 무비와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결합했다. 범죄조직에 잠입한 경찰과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동료와 적이라는 설정은 <무간도> 등에서 흔히 봐왔던 공식이다. 다만 <플랜비>는 서로의 정체를 감추고 상대를 속이는 데 그리 능숙하지 않아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데다 은행털이와 탈출의 과정 역시 기발하진 않다. <제이슨 본>의 조연출팀, <분노의 질주>의 특수효과팀이 참여한 만큼 액션 장면 자체의 기본적인 완성도는 나쁘지 않지만 액션과 두뇌게임 어느 쪽도 특화하지 못했다. 속도감 있게 달려가지도, 긴장감을 차근차근 쌓아나가지도 않아 어정쩡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스페인의 베테랑 배우 루이스 토사와 하비에르 구티에레즈, 신예 알랭 헤르난데즈의 묵직하고 선 굵은 연기가 이야기에 무게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