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통화에서 이미 밝혔듯이 내 이름이 왜 거기에 올라갔는지 알지 못한다. 외부 전문가 풀(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아는 바도 전혀 없다.”(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박근혜 정권에서 ‘모태펀드 문화·영화계정 외부 전문가 풀’에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자유한국당을 쇄신하고 보수재결집에 나서기 위해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으로 영입된 그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서울 마포구갑·교문위)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로부터 단독 입수한 모태펀드 문화·영화계정 외부 전문가 풀 문건에 따르면 총 19명 중에서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속해 있었다. 문체부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외부 전문가 풀 명단을 구성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각 펀드 운용사로부터 외부 전문가를 추천받아 명단을 최종 확정한 뒤 당사자들에게 연락을 돌려 심사 명단을 구성하는 게 문체부의 통상적인 절차”라며 “모태펀드 문화·영화계정 외부 전문가 풀 또한 그런 과정을 거쳤으리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류석춘 위원장과 함께 새롭게 공개된 4명 모두 문화·영화산업과 무관한 교수와 변호사들로 밝혀졌다. 남정집 단국대 초빙교수, 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이동영 도현법무법인 변호사, 함귀용 KCL 법무법인 대표가 그들이다. 남정집 단국대 초빙교수는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한 경계심을 강화시켜야 하고, 국가안보에는 그 어떠한 가치나 이데올로기도 우선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해 영화 <연평해전>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는 “국정원을 정치공학적으로 공개 개혁하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니 통일을 대비해 장기적 관점에서(국정원 개혁을)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귀용 KCL 법무법인 대표는 공안검사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이었다.
외부 전문가 풀은 모태펀드가 자펀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모태펀드에 출자한 출자자(정부 각 부처)로부터 분야별 전문가를 추천받아 구성한 제도다. <씨네21>은 정의당 김종대 의원실과 함께 지난 2월, 총 19명 중 8명을 공개한 뒤 약 8개월 만에 전량을 밝혀냈다. 노웅래 의원은 “모태펀드를 통한 블랙리스트 실행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모태펀드 문화·영화계정 외부 전문가 명단이 드디어 확인됐다”라며 “박근혜 정부가 모태펀드를 통제하기 위해 영화·문화산업에 전문성이 없는 친정부 성향의 인물들로 대부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태펀드에 상당한 정부 예산과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까닭에 외부 전문가 풀이 전량 밝혀진 만큼 누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기준에 따라 문화·영화산업과 무관한 인사들로 외부 전문가 풀을 구성했는지 더 밝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