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미스 프레지던트> 박정희·박근혜 부녀 신화
2017-10-25
글 : 김성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걱정하며 지켜봤던 사람들이 있다. 연단 위에 올라가 과격한 발언을 일삼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며 사람들을 선동했던 자들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무대 아래에서, TV 앞에서 탄핵을 묵묵히 보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진심으로 불쌍하게 여긴 보통 사람들이다. 청주에 사는 조육형씨는 매일 아침 의관을 정제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에 절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울산에 사는 김종효씨 부부 또한 지갑에 박정희 대통령 사진을 넣고 다니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만 생각하면 눈물이 고인다. 이들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배고픔으로부터 국민을 구제해준 ‘아버지’ 같은 존재이자 신화다.

<미스 프레지던트>는 박근혜가 대통령의 딸로 청와대에 입성하는 과거 뉴스 클립으로 시작해 박근혜가 탄핵 당해 청와대를 나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현재와 과거의 교차편집을 통해 박정희·박근혜 부녀 신화가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의 삶’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잡았는지 보여준다. 그러면서 사진, 동상, 기억 등을 통해 ‘이미지화’된 신화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박근혜, 박근령, 박지만 등 어린 삼남매가 청와대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 박근혜가 탄핵 당한 뒤 청와대에서 쫓겨나는 장면 등 주요 대목마다 흘러나오는 동요 <즐거운 나의 집>은 노래 제목과 달리 꽤 아이러니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는 전작 <MB의 추억>(2012)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통해 거짓말이 근거하는 (미디어와 정치권력의) 이데올로기의 구조를 들추어냈던 김재환 감독의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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