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은 명문고 전학을 위한 면담에서 학비와 교통비, 점심값까지 암산해 전학의 기회비용을 도출해내는 현실적인 수재다. 처음엔 호의로 친구 그레이스(에이샤 호수완)에게 시험 정답을 알려주던 것이 그레이스의 남자친구이자 소위 금수저인 팟(티라돈 수파퍼핀요)의 제의로 현금이 오가는 커닝 대작전으로 변모하게 된다. 피아노 운지법을 이용해 정답을 공유하던 린 일행의 활약은 또 다른 모범생 뱅크(차논 산티네톤쿤)가 가세하면서 미국 대학 입학 시험인 STIC를 접수하기 위한 계획으로 이어진다.
<배드 지니어스>는 케이퍼 무비 장르를 타이 고등학생들의 시험 전장으로 끌어들여온 기발하고 영리한 오락영화다. 총탄을 장전하는 대신 시험 종료를 5분 앞두고 급히 샤프심을 교체하는 순간에 가장 진지한 몰입감과 스펙터클을 부여하는 식이다. 시험장의 좁은 책상에 묶인 학생들의 놀라운 뒷거래와 사기행각의 번성을 리드미컬하게 이어 붙이는 편집이 단연 돋보인다. 물론 호쾌하고 빠른 전개가 낳는 단순한 인물 구도, 평면적인 배경 묘사 등에 관한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이는 고교 교실 안에 침투한 자본주의 논리와 불평등, 교육 시스템의 붕괴를 보여주기에 꽤 적합한 우화적 태도로 기능한다. 재학생 대부분이 졸업 후 유학을 간다는 이 고등학교에서 린의 가난은 손쉽게 범죄와 결탁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동기가 된다. 대입 시험 정답 유출과 관련한 타이의 실제 사례를 반영한 <배드 지니어스>는 “대학이 우릴 고르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갈 대학은 우리가 고른다”라는 전세계 수험생들의 억하심정을 반영한 투쟁처럼 묘사되면서 때때로 씁쓸한 코미디를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