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러빙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과 삶을 영화의 재료로 삼은 유화 애니메이션
2017-11-08
글 : 이주현

<러빙 빈센트>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과 삶을 영화의 재료로 삼은 유화 애니메이션이다. 영화는 반 고흐의 자살을 둘러싼 의혹을 풀어가는 미스터리 구조를 취한다. 그 의혹을 풀어가는 인물은 아르망 룰랭(더글러스 부스). 반 고흐가 여러 점의 초상화를 그렸던 우편배달부 조셉 룰랭의 아들이자 반 고흐의 그림 <아르망 룰랭의 초상>의 주인공이기도 한 노란 재킷을 입은 청년이 바로 아르망 룰랭이다. 빈센트 반 고흐가 세상을 뜨고 1년이 흐른 뒤. 아르망은 아버지로부터 난감한 부탁을 받는다.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를 대신 전달해달라는 것. 하지만 테오 역시 세상을 뜬 뒤다. 아르망은 고흐의 편지 한통을 들고 고흐의 생전 자취를 따라간다. 고흐가 마지막으로 거주했던 파리 근교 오베르에 도착한 아르망은 고흐가 묵었던 라부 여관의 주인집 딸 아들린(엘리너 톰린슨), 고흐의 후원자이자 의사인 폴 가셰 박사(제롬 플린)와 박사의 딸 마그리트(시얼샤 로넌) 등을 만나 고흐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고흐가 그저 미치광이였던 건지 광인의 눈빛을 한 천재 예술가였는지, 고흐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확신할 수 없게 된다.

<밤의 카페테라스> <별이 빛나는 밤에>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자화상> <피아노에 앉은 가셰의 딸> 등 고흐의 그림 130여점이 영화에 사용됐다. 100명이 넘는 아티스트들이 6만여점의 유화를 새로 그렸고, 새로운 숨결을 얻은 고흐의 그림은 곧 그의 삶을 이해하는 하나의 열쇠가 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시얼샤 로넌, 더글러스 부스 등 실제 배우들의 연기를 토대로 화가들이 회화로 재창조한 것이다. 유화 작업에만 3년이 걸렸고 총 제작기간은 10년이 걸렸다. 이처럼 <러빙 빈센트>는 빈센트 반 고흐라는 예술가를 기리기 위한 거대한 헌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생전에는 단 한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한 예술가였지만 사후 후대에 영감을 주는 예술가가 되었으니 무덤 속의 고흐도 흐뭇해할 일이다. 물결치는 유화의 붓터치는 불안정한 고흐의 심리 상태를 전해주는 듯도 하고 영화에 묘한 리듬감도 만들어내지만 시각적 피로 또한 동반한다. 올해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관객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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