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조서)은 미국에서 태어나 영어가 더 익숙한 소년이지만 한인타운에서 한국인 부모와 함께 사는 한인 2세다. 한식당을 하는 그의 부모는 주말이면 아들과 교회에 가는 크리스천이자 자식에 대한 열띤 교육열로 무장한 전형적인 한국 부모다. 미국에 살지만 미국과 완전히 어울리지 못하는 그의 부모처럼, 데이빗에게도 그의 환경과 부딪힐 만한 고민이 있다. 바로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이다. 데이빗은 집안 생계를 돕기 위해 목욕탕 일을 시작하고, 목욕탕의 수면실에서 게이들의 은밀한 만남을 목격한다. 한인 2세이자 게이라는 정체성은 미국이란 땅에도, 보수적인 한인 커뮤니티에도 완벽하게 속하지 못한 데이빗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장치다. 이에 더해 운영하던 식당을 닫고 일용직을 전전하는 부모의 부담감마저 데이빗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들이 자식의 교육에 기대는 이유는 그것이 자신의 정착을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고, 부모의 기대가 커질수록 그 사실을 아는 데이빗의 죄책감도 깊어진다. <스파 나잇>은 한 게이 소년의 성장기면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경계인들의 이야기로 점철된 작품이다. 목욕탕은 유일하게 데이빗이 자신의 정체성에 솔직하게 다가가는 공간이지만, 한편으로는 한인 사장의 감시 하에 있다는 점에서 데이빗이 선 경계의 연장선에 있다. 부모와 친구, 바뀐 환경 사이에서 데이빗이 느끼는 이질감을 세심하게 포착하는 영화는 과장된 장면 없이도 그의 감정을 따라가도록 만든다. 데이빗을 연기한 배우 조서는 2016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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