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배드 지니어스>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 - 대담한 출발
2017-11-10
글 : 김소미
사진 : 오계옥

유학을 꿈꾸는 가난한 천재가 주도하는 시험 사기극. <배드 지니어스>의 주인공 린은 탁월한 재능과 영민함을 지녔지만 정작 호쾌한 케이퍼 무비와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애처로울 정도로 성실하게 범죄에 임하는 이 과묵한 10대 소녀를 보고 있자면 어느새 윤리적 고민을 뒤로하고 그를 응원하게 된다. 15살에 데뷔한 베테랑 모델인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은 이번 작품으로 성공적인 스크린 신고식까지 치렀다. 타이에서는 ‘디자인하다’라는 뜻을 지닌 독특한 애칭 ‘옥밥’으로 더 자주 불린다. 단단한 눈빛 너머로 대담한 포부를 내비치는 신예배우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이 한국을 찾았다.

-<배드 지니어스>가 타이는 물론 아시아권에서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솔직히 조금 놀랍다. 이번에 한국에 온 것도 애초엔 브랜드 행사 참석차 계획된 것이었는데 마침 영화 개봉일과 겹쳐서 내심 기분이 좋다. 한국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한다. 우리 영화를 보고 한국 관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모델 활동으로 상당한 경력을 쌓았는데, <배드 지니어스>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단편 광고나 뮤직비디오 경력은 있지만 장편영화에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타우트 폰피리야 감독님이 내 인스타그램을 본 뒤에 직접 연락을 주셨다. 막상 오디션을 보러 갔더니 후보가 많더라. (웃음) 총 3회에 걸쳐 오디션을 봤다.

-첫 영화 데뷔작에 주연까지 맡았다.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입장이라 심적으로 부담이 컸겠다.

=걱정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함께 작업한 배우들과 대사 연습을 할 때 “오늘은 내가 최악이야”라고 한 사람이 말하면 다른 한 사람이 “내일은 내가 최악일 거야”라고 말하면서 서로 다독였다. 대부분 신인이어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부담이 컸을 거다.

-비슷한 나이대의 배우들이 모여 하이틴 무비의 감성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

=나처럼 장편영화 첫 데뷔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배우들이었다. 사실은 그래서 매 순간 재미있고 마음도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내겐 처음 대하는 경험이다 보니 촬영 시작 전 워크숍 때부터 모든 게 흥미진진했다. 특히 감독님과 배우들이 방에 모여 리허설을 하거나, 레퍼런스 영화들을 이야기하면서 보냈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베테랑 모델이지만 연기 생활을 통해 새롭게 얻은 즐거움도 있을 것 같다.

=모델 일은 중학생 때 선배의 추천으로 시작했다. 모델로서 일할 땐 내가 취하는 포즈, 걸음걸이 등 전적으로 순간의 느낌에 의존해야 한다면 배우는 자신이 연기할 한 인물을 아주 깊이 파고들어야 하는 것 같다. 그 사람의 평소 생활이나 습관 등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 부분까지 상상해야 하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다.

-영화의 긴박한 상황들과는 별개로 린은 내성적인 성격에 절제에 익숙한 인물이다. 인물 표현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감독님이 처음엔 시나리오 전체를 공개하지 않고 일부만 보여주셨다. 조금씩 읽을수록 린에게 개인적으로도 이입이 되더라. 린은 부모님의 이혼 후에 선생님인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고, 유학을 가고 싶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도 고려해야 한다. 나이에 비해 조숙하고 자기 감정을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인데 그렇다고 해서 린이 냉정하거나 무심한 인물은 아니다. 감정을 어떻게 조심스레 드러낼지가 관건이어서 그 부분에 공을 들였다. 거기에 더해서 시험장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장면들의 경우 내가 실제로 답안을 외워야 했기 때문에 정말 어려웠다. (웃음)

-린이라는 캐릭터와 실제의 옥밥은 어떤 점이 닮았나.

=대체적으로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인 점이 나와 비슷하다. 하지만 요즘 다시 생각해보면 내 쪽이 훨씬 더 바보스럽고 어수룩하달까. 낯을 좀 가리지만 린에 비해선 훨씬 밝은 편이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가 있는지 궁금하다.

=영화 <23 아이덴티티>(2016)를 재밌게 봤다. 제임스 맥어보이가 23개의 인격을 가진 인물로 나오는데 보자마자 나도 다중인격을 지닌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제약 없이 계속해서 새로운 배역을 맡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차기작 계획을 들려달라.

=다음 작품은 <다이 투모로>(Die Tommorrow)라는 독립영화가 될 것 같다. <마리는 행복해>(2013), <괜찮아요? 프리랜서>(2015) 등을 만든 나와폰 탐롱라타라닛 감독님의 작품인데 무척 기대가 된다.

영화 2017 <배드 지니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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