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해피 데스데이> “죽을 때까지 놀아줄게”
2017-11-15
글 : 김소미

<해피 데스데이>는 단 하루, 그것도 자신의 생일에 갇혀버린 대학생 트리(제시카 로테)가 반복적으로 죽음을 겪는 이야기다. 금발의 여성 인물을 끝없이 쫓아와 무참히 살해하는 복면의 존재는 자연히 <스크림>(1996)을 떠올리게 만들고, 감쪽같이 재생되는 하루는 <사랑의 블랙홀>(1993)을 연상시킨다. 이미 익숙한 하위 장르의 특성을 굳이 공들여 꼼꼼하게 묘사하는 초반부의 밋밋함을 제외하면 몇몇 예측 가능한 지점은 오히려 <해피 데스데이>가 지닌 매력적인 요소다. 스크림의 홀쭉이 가면이 대학교 마스코트인 뚱보 가면으로 변모하고, 피 튀기는 슬래셔 무비의 외피는 팝 음악이 흘러넘치는 10대 영화의 활기로 무장한 상황. 영화는 자연히 날선 공포보다는장르의 변주와 코미디를 기대한 관객에게 걸맞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초반부에선 전형적으로 행실이 나쁘고 헤픈 여대생으로 트리를 묘사하면서 그에게 앙심을 품은 다양한 인물들을 용의선상에 올려둔다. 그러나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미스터리의 동력은 얼마 못 가 허물어진다. <해피 데스데이>가 목표한 재미는 트리가 기꺼이 죽기로 결심하면서 시작된다. 일말의 개연성 없이 튀어나오는 살인마와 안간힘을 써보지만 번번이 죽음을 맞는 트리가 이루는 몽타주는 술과 파티에 취한 미국 대학가에서 펼쳐지는 신나는 퍼레이드다. 많은 타임슬립물이 그랬듯 영화의 말미에 이르면 주인공이 인과응보를 깨닫고 삶을 성찰하는 모습이 보여지는데, 얼마간 이런 교훈적 마무리를 취하다가도 다시 한번 태세를 전환하는 지점이 인상적이다. 저예산 호러의 명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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