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로마서 8:37> 최근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본격 종교영화
2017-11-15
글 : 장영엽 (편집장)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 로마서 8장37절은 다음과 같은 구절로 이루어져 있다. 종교인이 아니라면 혹은 꽤 성실한 종교인이라도 단번에 이 구절이 의미하는 뜻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동주>의 각본가이자 <러시안소설>(2013), <조류인간>(2015) 등을 연출한 신연식 감독은 혼란에 빠진 한 종교인의 모습을 통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로마서 8장37절’의 의미를 성찰해나간다. 성실한 기독교인 기섭(이현호)이 주인공이다. 그는 절친한 형이자 젊은 신도들에게 스타 목사로 존경받는 요섭(서동갑)을 돕기 위해 부순교회의 간사로 들어간다. 마침 요섭은 한국 종교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선배 목사에 맞서 싸우는 중이다. 그로부터 요섭을 지키겠다던 기섭의 믿음은 요섭이 여성 신도들을 성폭행했다는 제보에 송두리째 흔들린다.

믿음에 대한 질문을 본격적으로 제기하기에 앞서, <로마서 8:37>은 기독교 분파간의 알력 다툼, 신도 성폭행 사건 등 한국 종교계를 뒤흔들었던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논란의 순간들을 재현한다. 암전된 화면에서 울려퍼지는 피해자들의 목소리와 영화 곳곳에 발췌, 삽입된 성경 구절은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이는 전작을 통해 오랫동안 텍스트와 영상의 관계성을 탐구해왔던 신연식 감독의 인장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선악의 잣대로 구분지을 수 없는 회색지대의 인물과 사건들을 지나치다보면, 그들의 모습이 곧 스스로의 모습이라는 자기 성찰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최근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본격 종교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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