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유력기업인 재철그룹의 실체는 폭력과 협박으로 성장해온 범죄 조직이다. 조직의 2인자 나현정(김혜수)은 재철그룹을 수사 중인 검사 최대식(이희준)에게 성매매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함으로써 수사를 무마하려 한다. 발목이 잡힌 대식은 조직 내부의 분열을 이용해 재철그룹을 와해시킬 계획을 세우고, 현정을 위해 무엇이든 하던 조직의 해결사 임상훈(이선균)을 만난다. 대식은 상훈에게 회장 김재철(최무성)과 현정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상훈은 배신감과 질투심으로 이성을 잃고 재철과 현정에게 적의를 드러낸다.
여성 누아르를 표방한 영화다. 누아르에 순정이라는 이름의 집착이 만들어낸 드라마가 결합되어 영화는 하드보일드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이해관계가 아니라 과잉의 감정으로 움직이는 인물들은 누아르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캐릭터는 진부하고 전형적이다. 임상훈은 덜 자란 어른처럼 보이고, 최대식은 전형적인 악당으로서 오직 복수의 대상이 될 뿐이다. 가장 문제는 현정의 캐릭터다. 현정은 상훈이 만들어낸 파장 안에서 몸부림칠 뿐 사건을 변화시키는 결단을 하는 순간이 없다. 현정은 로맨스의 대상이거나 모성애를 가진 엄마로 호명될 뿐 실질적인 주체가 되지 못한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주인공이 부재한다. 개연성은 조금씩 부족하고 액션 신은 특별할 것이 없다. 불필요하게 긴 성매매 신과 액션 신의 잔인함은 오직 볼거리만을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인상을 준다. 신선하지 않은 재료들을 모두 넣고 끓인 찌개처럼 개운하지 않은 뒷맛을 주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