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M. 버터플라이>가 거의 30년 만에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재연됐다. 뉴욕 코트 시어터에서 열리는 이번 재연 공연의 연출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이언킹>의 줄리 테이머 감독이 맡았다. 베이징 오페라 가수와 사랑에 빠진 프랑스 외교관 르네 갈리마르 역에는 할리우드 배우 클라이브 오언이, 상대역인 송릴링은 한인 배우 진하가 출연한다. 지난 10월 26일 공연을 시작한 이 작품은 연극으로는 보기 드물게 2년간 무려 777회의 공연 횟수를 기록했으며 1993년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됐다.
이번에 상연되는 <M. 버터플라이>는 테이머의 현대적인 세트 디자인과 연출 외에도 원작의 내용을 대폭 수정한 각색에서 오리지널과 차별화를 둔다. 원작이 베일에 싸인 송릴링과 르네 갈리마르의 판타지에 가까운 로맨스라 한다면, 이번 작품은 이미 많은 관객에게 알려진 송릴링의 실체를 드러낸 후 회상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관객을 향하거나 ‘제4의 벽’ (관객과 배우 사이의 가상의 벽)을 허무는 대사들이 추가됐다. 때문에 오리지널 버전을 선호했던 뉴욕 시어터 평론가들은 <M. 버터플라이>에 대한 혹평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동시에 현대사회의 변화에 걸맞게 진화했다는 호평도 듣고 있다.
송릴링 역을 맡은 진하는 이번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한 신인배우다. 그는 컬럼비아대학에서 동아시아 언어와 문화를 전공한 후, 뉴욕대 영화학과에서 연기를 공부했다. 뉴욕대 졸업 2개월 뒤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 <해밀턴>의 시카고 프로덕션에서 아시안 아메리칸 배우로는 처음으로 영국 조지 3세 역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아시안 아메리칸 퍼포머스 액션 연합이 지난해 발표한 기록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5년 사이에 뉴욕에서 공연한 시어터 작품에서 아시안 아메리칸이 출연한 비율은 9%에 그쳤다고 한다. <M. 버터플라이>는 앞으로 소수민족 출신의 많은 배우 지망생들에게 큰 희망을 주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