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아기와 나> “그녀가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2017-11-22
글 : 김성훈

전역을 앞두고 휴가를 나온 도일(이이경)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 자신을 대신해 돈을 벌고 예비 시어머니(박순천)를 모시며 아기 예준(손예준)을 키우는 여자친구 순영(정연주)과 결혼식을 준비해야 한다. 먹고 살기 위해 취업도 해야 하지만 당장 할 만한 일이 없다. 양어깨에 짊어진 짐은 무거운데 철이 아직 안 든 게 가장 큰 문제다. 도일은 예준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가 예준의 혈액형이 자신과 순영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결과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느 날, 순영은 도일과 예준을 두고 아무 말 없이 집을 나간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니는 앓던 병이 재발하면서 병원에 입원한다. 졸지에 아기와 달랑 둘이 남게 된 도일은 혼자서 아기를 키우며 순영을 찾아나선다.

<아기와 나>는 철없는 남자 도일이 여자친구 순영을 찾는 게 목표인 이야기가 아니다. 내 아이냐, 아니냐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동안 육아와 일을 도맡았던 순영의 공백을 당장 채워야 하는 게 그의 과제다. 하지만 육아의 ‘육’자도 모르는 도일은 밤마다 우는 아기의 울음소리 때문에 괴로워하고, 아는 여자들을 찾아가 순영을 찾는 동안만이라도 아기를 맡기려다가 퇴짜를 맞는다. 순영의 흔적을 뒤쫓으면서 몰랐던(혹은 알려고 노력도 않았던)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조금씩 알아나가는 과정이 세심하게 그려진다. 그러면서 도일은 자신과 아기 그리고 순영을 마주할 수 있게 되고, 조금씩 성장한다. 이 영화는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작품 <야간비행>(2011)으로 칸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3등상을 수상한 손태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 과정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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